[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1996년 1000억여원의 추징명령을 받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이라며 한 푼도 내지 않은 전두환씨의 ‘추징금 피하기’가 20여년 만에 재현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3일 전두환이 거주 중인 연희동 사저를 나눠서 소유하고 있는 부인 이순자씨 및 비서 이모씨와 며느리 이모씨가 검찰의 공매 절차 집행에 반발해 신청한 재판 집행 이의 1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장남 전재국은 2013년 9월쯤 일가를 대표해 청구인들 포함한 10인의 자연인 및 법인 소유 21개 차명 부동산·주식·채권 등 실소유자가 전두환임을 인정하면서 재산목록을 제출했다”면서 “현재까지 차명재산에 대해 집행하면서 한 번도 이의신청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전씨 일가가 ‘연희동 사저가 전씨 재산임을 시인하면서도 전씨 생존시점까진 공매절차를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찰조사에 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씨 측은 절차를 진행하자 기존입장을 바꿔 차명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취득당시 소득 여부, 취득경위와 압류 이유 및 정황 등을 종합하면 전씨 차명재산이 분명하다”며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부인 이씨 소유 대지 및 건물에 대해 “이씨가 재산을 취득한 1969년 보다 10년 전부터 이미 전씨와 혼인했고, 재산 취득 당시 자신은 아무 소득이 없던 반면 전씨는 14년간 군 장교로 재직해 일정 소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원은 2013년 검찰조사에서 이씨가 1999년 7월쯤 당시 명의자였던 장남이 ‘소유자를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데, 대신 해 달라’고 해 차명소유 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별채 역시 “2013년 12월 처남 이모씨가 명의를 취득한 후 2014년 4월 다시 삼남의 처 이씨 명의로 취득한 차명재산”이라며 “이들의 특수관계를 볼 때 며느리 이씨가 사건의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재산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본채와 별채는 지하통로로 연결된 하나의 생활공간이고, 며느리 이씨는 2013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며 굳이 시아버지가 거주하는 별채를 구입할 필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처남 이씨는 전씨 비자금을 관리하다가 환원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전씨 측 대리인은 “2013년 검찰의 추징집행은 초법적이고 초헌법적인 위법한 집행이었음에도 전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건 국민에 대한 송구스런 마음 때문이었다”면서 “그런데 구순 노인을 사는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차명재산이라고 말하려면, 구체적 차명재산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재판부는 검찰로부터 전씨 차명재산 소유 여부를 입증할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출받기로 했다. 다음 심문기일은 오는 27일 10시10분 진행한다.
검찰은 지난 2013년 전씨가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추징금 등을 확보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174억여원을 환수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추징대상 금액인 2205억의 절반 수준으로 아직도 1030억원이 미납 상태로 남았다.
전씨 측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최근 전씨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지만 유찰됐다. 감정가 규모는 연희동 땅 4필지와 건물 등을 포함해 총 102억여원이다. 소유자는 부인 이씨와 며느리 이씨, 전 비서관 이씨 등이다.
전씨 일가는 연희동 사저 공매 절차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전씨 부인 이씨와 비서 이씨는 공매 절차를 대행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며느리 이씨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상대로 각각 압류처분무효확인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을 내지 않아 서울 연희동 자택이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이자 소송을 냈다. 지난 6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 등 2명은 지난달 1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며, 전 전 대통령 측은 연희동 자택 등이 이씨 소유로 환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