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러시아와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상황을 협의하기 위해 18일 출국했다. 청와대가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은 어렵다며 '충분히 괜찮은 합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지렛대로 북미 협상교착을 타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이날부터 19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러시아 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과 만난다. 양측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또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접촉이, (특히) 고위급 접촉이 많았다"면서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마르굴로프 차관은 지난 14일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을 모스크바에서 만나 북러관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남북 고위급이 러시아를 통로로 간접 소통을 하는 셈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하노이회담 이후 관련국들하고 협의를 긴밀히 (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마르굴로프 차관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지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 시점은 여러 나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같이 힘을 합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때"라면서 "이번 방문을 끝내고 중국과 일본도 찾아볼 예정이고, 미국과도 계속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외신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를 두고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플레이어지만 중요한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우리가 단순히 북미 관계를 중재하는 것이 아닌, 한반도 당사국으로서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본부장은 지난 5∼7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했고, 15일에는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번 러시아 방문을 마치면 20∼21일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 유럽연합(EU)본부에서 28개국 EU국가 대사들로 구성된 정치안보위원회에 참석한다. 또 헬가 슈미트 EU 대외관계청 사무총장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의 이러한 광폭행보는 북미 비핵화협상의 불씨를 살리고, 우리의 '새로운 로드맵'에 대한 주변국의 이해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