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해진 포용복지망)'건보 보장률 70%' 첫발 뗐다…"국가지급보장 숙제"

국민건강, 정부가 책임 명확화…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한몫

입력 : 2019-03-20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건보 기금 운영과 관련해 매년 낮게 책정되는 국고지원금 지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금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 70% 목표를 달성하면 국민 부담 의료비는 약 18% 감소하고, 비급여 부담은 약 64% 줄어든다.  특히 연간 500만원 이상 의료비 부담 환자는 현 39만명에서 13만명으로 약 26만명(66%) 줄고, 저소득층(하위 5분위)은 95%까지 감소(12만3000명→6000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해 정책 발표 후 수많은 비급여 진료를 급여로 전환했다. 급여 전환 혜택이 주로 사회 보호계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돼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마련한 후의 주요 사업들을 보면 △12세 이하 어린이 충치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한방 추나요법 △아동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등 건강보험 적용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 낮추기 △콩팥(신장), 방광, 항문 등 비뇨기·하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상급종합·종합병원 2·3인실 및 병원 2·3인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치매 의심환자 및 뇌혈관 등 MRI 건강보험 적용 등이 시행 중에 있거나 계획돼 있다. 
 
내년에는 안과질환과 폐렴균·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중증질환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며, 2021년~2022년에는 척추·통증 치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동시에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는 사후관리 강화와 예방중심 건강관리의 재정절감대책도 병행한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지난 10년간 60% 초반에 머물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2년 70%에 도달하게 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80% 수준까지 높인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미용과 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화하고, 다소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본인부담을 차등 적용하는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관리한다는 목표다. 
 
모든 비급여를 정부 보호망에 편입해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핵심 과제로 진료비 규모가 크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질환에 대해 단계적으로 보험 적용을 추진 중”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보다 강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금의 재정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복지부는 당초 해당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국고지원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정책 발표 당시 국고지원금을 현행법대로 했을 때 통상적인 수준의 보험료 인상(3% 내외)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특히 작년 건강보험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8년만에 처음 1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3조3000억원으로 예상되고, 7년 뒤인 2026년에는 현재 20조원이 넘는 적립금도 모두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가 국고지원 확대를 내세운 배경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의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2007년부터 현재까지 미납한 금액은 2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07년~2017년 정부미납액 17조1770억원(국고 7조1950억원, 건강증진기금 9조9820억원)과 2018년과 2019년에 들어오지 않은 국고지원금 4조4121억원을 고려한 결과다.
 
이는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편법을 이용한 것으로, 지원액 기준에 한참 부족한 평균 15.45% 정도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행법에 따라 국고지원금이 제대로 지원됐다면 작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문제는 국고지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이어져 결국 보험료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 정부가 보험료율을 최소화 해 국민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상당한 국민적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마련된 이후 국회에 국고지원금 범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25일부터 법안소위가 열리는 데 제대로 검토가 이뤄져 올해 본회의를 통과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해당 법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법안개정이 올해도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내년 총선 이후 법안을 다시 발의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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