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사업장 체납으로 인해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근로자가 연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해 사업장 체납으로 피해를 보는 근로자들을 직·간접적으로 구제 또는 지원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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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3개월 체납사실통지 발송건수(사업장 대상)'에 따르면 체납 통지를 받은 근로자는 월 평균 8만명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만명에 육박한다. 기간별로 1월 체납 통지를 받은 근로자는 7만8126명(사업장수 2만4077개), 2월은 7만5415명(2만4054개), 3월(28일 기준) 8만3227명(2만5547개) 등이다. 이는 새로 발생한 건수다.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급여에 따라 산정된 보험료를 사업자와 근로자가 반반 부담한다. 또 산재보험은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다.
문제는 사업장 체납에 대해 사업장은 물론이고 정부와 공단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납 기간 만큼의 연금 혜택이 줄어들어 근로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사업자 체납과 근로자 납부,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 체납의 두 경우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은 사업장이 체납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보험 혜택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국민연금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연금을 매월 납부하고도 사업장 체납으로 인한 피해를 스스로 감수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국민연금법에는 사용자가 체납할 경우 체납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으로 적용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체납 사업장 근로자 상당수가 취약계층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노후 보장의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나 있는 셈이다.
체납 사업장 압류가 그나마 현실적 방안이지만 대부분 부도 상황이거나 직전에 몰린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피해액을 정부가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피해 근로자들이 정부가 나서서 형사고발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관계기관들은 잘못된 선례를 남길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울산지역 조선소에 근무하는 김한은(가명·60대)씨는 "사업장이 체납한 국민연금을 왜 근로자가 메꿔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정부와 국민연금에 민원을 수없이 넣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피해 근로자 구제책을 마련 중이다. 국민연금 체납 사실과 가입내역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체납 사업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책임을 묻는 법 개정 등을 놓고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사업장의 체납처분 등으로 이 문제가 더 불거져 정부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관계기관 등과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체납 사업장 근로자들이 대부분 보호가 필요한 분들"이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연급법은 정부가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