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의무', 운전학원엔 있는데 학습지 교사는 없다?

신고의무 24개 직군 '중구난방'…정부, 뒤늦게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용역

입력 : 2019-04-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부가 '중구난방'으로 방치됐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기준에 대한 정비에 들어갔다.
 
31일 보건복지부·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방안 용역을 공고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특례법이 5년 동안의 사회 변화를 반영하도록 전반적으로 손을 보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이번달 말에 계약을 맺고 오는 8월말에 최종 보고서가 나와 내년 실제 개정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부는 특례법 정비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변경을 포함시켜달라고 최근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다. 신고의무자는 아동학대를 알거나 의심할 때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24개 직군이 있지만 정작, 신고의무가 있어야 할 직종은 없고 의무를 지우지 않아도 될 직군이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직군 범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쯤이다. 신고의무자 교육 대상이 어린이집·유치원·학교·종합병원·아동복지시설 등 5개 직군에서 청소년활동시설·학원·사회복지시설 등 24개 직군으로 확대된 시기다. 교육은 1년에 한 차례지만, 이수하지 않으면 기관장이 3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진다. 당초 이번달 24일까지 교육을 완료해야 했으나, 현장 혼란 때문에 연말로 연장되기도 했다.
 
신규 지정 필요성이 거론된 대표적인 직종으로는 학습지 교사,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다함께돌봄센터 종사자가 있다. 특히 업계 추산 10만명인 학습지 교사는 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학대 예방에 적격이라는 평가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아동학대 2만2367건 중 부모나 친인척의 학대가 81.6%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학습지 교사들은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군 포함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며 "노동자성 인정도 병행해 의무와 권리의 균형을 맞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외되도 될 직종으로는 업무 특성상 성인을 상대하는 업체들이 꼽힌다. 특례법에 사회복지시설을 일괄 포함하는 바람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가있고, 학원을 획일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운전면허학원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운전면허학원들은 아예 자신들이 신고의무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이대로라면 무더기 과태료를 물 것으로 보인다.
 
일명 '회색지대'에 있는 직군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법규에서 아동은 17세 이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떠올리는 아동의 이미지는 영유아나 초등학생 정도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도 주로 중고등학생이 출입하는 당구장들은 신고의무자 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고의무자의 합리적 변경, 교육 내실화를 주문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필요한 직종을 포함시키되, 너무 외연을 넓히기보다는 집중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며 "연 1회인 교육을 늘리고 이론이 아닌 사례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2일 충남도교육청이 본청 로비에서 2018 아동학대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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