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 피해자들이 올 하반기 중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베트남전 생존 피해자가 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 한·베평화재단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방문해 학살 피해 사실을 폭로한 베트남 퐁니마을의 응우옌 티 탄 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측과 함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오늘 티 탄 씨로부터 소송위임 공증을 받았고, 소송을 수행할 ‘다른 대리인을 선임할 권한’까지 위임을 받았다”면서 “제가 속한 법무법인 ‘해마루’ 등 법무법인 두 곳이 위임을 받았고, 민변 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TF’ 변호사들 10여 명 정도가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임 변호사는 “민감성이 있어 관료 등 베트남 정부 쪽에 소송을 하려고 한다는 언질은 주고 해야 될 것 같아 하반기쯤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차적 문턱도 있다. 현행법은 국가배상청구권 발생요건으로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해당 국가와 상호보증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와 베트남정부 간 상호보증 여부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임 변호사는 “퐁니 학살 같은 경우 피해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많이 나와 있다. 당시 미군이 한국군에 의한 학살 이후 바로 들어가 조사하고 찍은 사진도 존재하고, 그 마을에서 작전을 당일 날 수행했다는 참전군인의 증언도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법리적으로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상황이지만 법원도 실체적인 판단에서 이런 사실을 외면할 순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티 탄 씨는 지난해 한·베평화재단과 민변이 주최한 ‘시민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겪은 군의 만행을 폭로했다. 이에 제주4·3평화재단이 올해의 ‘4·3 평화상’ 수상자로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씨와 함께 티 탄 씨 등을 선정했다. 수상을 위해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티 탄 씨는 오는 4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정부의 진상규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베트남전 '퐁니퐁넛 사건'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왼쪽)가 지난해 4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생존자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눈물 흘리는 모습. 오른쪽은 동명이인의 하미 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씨.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