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 기간을 연장해준 게 아니라 제출을 촉구한 것이다",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지난 1일 각각 기자회견을 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에게서 나온 발언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의 운영평가 보고서 제출 거부를 두고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는 와중에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미없는 '말장난'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봐주기'라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차단하고 싶어 '연장'이라는 표현을 삼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봐야한다. 지난달 29일 기한이었던 보고서 제출을 오는 5일까지 기다리는 것은 당연히 연장이다.
자사고들도 마찬가지다. 평가 거부가 아니라 개선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방침을 어떻게 바꾸든 현재까지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거부'라는 단어를 아예 안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의미없어 보이는 것은 단순히 문장 한두개가 아니다. 양쪽 태도가 전반적으로 그렇다. 시교육청은 단호함과 완화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했다. 평가의 상당 부분이 법령에 근거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혹시라도 있을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평가 거부를 재지정 여부와 연결짓기를 극도로 꺼려했다. 여러모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한유총 사태'와는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또 새로 도입한 각종 지표도 족족 지적당하고 있다. 5년 누적 평가인데도 5년전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점, 현실성이 약하다는 점 등이다.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당사자 입장에서 세부 지표의 부당함을 지적할수는 있겠지만, 왜 다른 지역은 법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용하는데 왜 유독 서울 지역 자사고만 반대하는지에 대해서 설득력이 강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이 지표를 통해 자사고를 선별하고 이간질할 수 있다"고 하나, 평가 성적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건 당연할 것이다. 평가위원에 자사고 추천 위원을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의문이다. 아예 자율 진단으로 정책 방향을 잡지 않는 이상, '셀프 평가'는 신뢰받기 어렵다.
양쪽의 '기싸움'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기 어려운만큼, 서로 조금씩 내려놓고 합의에 이르는 게 교육 현장을 위한 일일 것이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