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면서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 상황 전반과 주요 현안에 대한 조언을 경청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다양한 경제계 주체들과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간담회 역시 윤종원 경제수석을 통해 원로들에게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SK가스 사외이사(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 외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주형철 경제보좌관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에 높은 식견을 가지고 계신 원로들에게 우리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모셨다"며 "격식없이 편하게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될 것"이라며 약 2시간 동안 의견을 청취했다.
원로들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야할 방향이지만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전 한은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전 총재는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동반성장 노력을 제안하면서 최근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을 뜻하는 '30-50클럽'에 들어가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30-50클럽 가운데 제국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거둔 이러한 결과는 선배 세대들이 이룬 것이다.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5월9일이 되면 현 정부가 만 2년이 되는 데 그간의 정책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늘 주신 조언들이 도움이 된다"면서 "경제 부분에 있어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조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전복·가리비 잣즙냉채, 서리태 율무죽, 달래 해물파전과 광어 고추장 양념구이, 등심구이와 야채, 잡곡밥과 쑥두부 완자탕 등이 나왔다. 오찬간담회를 마치고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