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중앙정부·서울시의 주택 당국자와 관계 전문가들이 '중구난방'이 돼버린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통합하고, 대기자 명단을 만들어 수요를 파악하며, 입주자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부과할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서울시와 서울연구원과 공동으로 5일 오후 서울하우징랩에서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을 위한 오픈 집담회'를 진행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위원들에 관계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SH공사가 5일 오후 서울하우징랩에서 연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을 위한 오픈 집담회'에서 주택 정책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 자리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복잡해 소비자에게 도움되지 않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1989년 이래 공급 물량 위주의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지며 주택 종류가 계속 추가됐다. 그 결과 현재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행복주택 등 10여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공존하고 있다.
복잡한 유형은 소비자에게 선택권보다는 각종 불편함을 안긴다는 설명이다. 각 주택마다 복잡한 입주 조건을 달기 때문에 입주 희망자는 자신이 어느 곳으로 입주할 수 있을지 알기가 힘들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이 임대주택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부 정보가 빠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또 다양한 임대주택이 근거리 내에 모두 존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은 미스매치된다. 예를 들어, A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이 행복주택 입주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A지역에 행복주택이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지 않는 이상 입주할 수 없다. 임대주택의 지나친 세밀화는 '칸막이' 현상도 낳는다. 각 집단에 맞는 임대주택이 만들어지면서 저소득층은 저소득층끼리, 노인은 노인끼리, 청년은 청년끼리 모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조건, 거주 기간 등을 최대한 단순화해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주택을 배분하고 '소셜 믹스'를 실행하자는 조언이 잇따랐다.
주택 유형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수단으로는 '대기자 명단'이 꼽혔다. 현재는 공공임대주택에 몇 명이 신청해서 얼마나 기다려야 입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대기자 명단을 구축하면,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의 유형과 대기 시간을 집계할 수 있어 어떤 주택을 언제까지 지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대기자 명단을 먼저 구축하면, 공공임대주택 유형 단순화의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형통합 뒤에는 임대료 부과 체계를 바꾸자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는 건설원가연동형 내지 시세연동형이 법규에 규정돼있지만, 이들은 변동 가능성이 커 입주자에게 부담이다. 게다가 건설원가 연동형의 경우, 최근 지어진 주택일수록 원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과거에 지어진 비교적 열악한 주택으로 입주자가 모이는 경향이 있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연동형에 시세/가치연동형을 더한 임대료 체계를 두 가지 안으로 제안했다. 1안은 거주자 소득 일정 부분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되, 주택 시세·가치를 감안해 설정하는 방안. 2안은 시세·가치를 1순위로 놓고, 소득 일정 부분을 상한으로 설정하는 안이다. 박 위원은 "현재는 소득이 높은 사람도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에 주택을 배분하는 활용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임대료 체계 개편이 주택유형 통합과 배분 체계 재정비 정책을 굴러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이번 집담회는 물량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라며 "SH공사는 오는 하반기부터 배분 정책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5일 오후 서울하우징랩에서 열린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을 위한 오픈 집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