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9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상태, '엔드 스테이트'(end state)와 그를 위한 로드맵 필요성에 대해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한 △북미 협상재개 △탑다운 방식 유지 △국제사회 제재의 틀 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상반기 방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 최종 상태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로드맵에 대해서도 일치한다"며 "이것을 우리가 이번에 가서 확인, 또 재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비핵화 해법인 '빅딜'과 우리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이 한미회담에서 어떤 형태로 조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미는)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 필요성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이번에 두 정상 간에 이런 것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재차 설명했다.
다만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소위 '중간단계 딜'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합의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상 간 구체적인, 디테일 논의에 대해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탑다운 방식은 계속 유지가 돼야 되고, 제재의 틀도 계속 유지가 돼야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재 틀 유지'는 미국 쪽의 주장이며, '탑다운 방식 해결'은 북한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는 양측의 주장 모두를 포용하고 절충하는 해결책을 이번 순방기간 모색하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그는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실패라기보다 하나의 긴 호흡의 프로세스"라며 "각자 당사국들이 어떤 니즈(needs)가 있고 어떤 방향으로 협상을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것 인지를 알게 됐기 때문에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이후 대북 접촉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서 보면 북한과 미국의 신뢰를 가진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작년 5월 취소가 됐고, 이어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그 다음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에도 우리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기 방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0일 출국해 미국 백악관 영빈관에서 1박을 하고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을 잇달아 접촉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미 행정부 핵심 참모들과 별도로 접촉하는 것은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그를 위한 대북재제 일부 완화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협상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 행정부 참모들이 협상에 회의적이기에 북미대화가 지지부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양국 정상 내외 간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 핵심 각료 및 참모가 배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 등을 가질 예정이다. 정상회담을 끝낸 문 대통령은 당일 저녁 귀국길에 올라 한국 시간으로 12일 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김 차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 동력을 조속히 되살리기 위해 양국 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개최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탑다운 방식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항구적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 방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