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통신사의 케이블TV 첫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송 지역성을 제도적 지표로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방송의 공공성·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지역성을 구현할 마지막 보루로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개별 SO를 충분히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지만 지역에서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해왔다"면서 "인터넷(IP)TV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인수 시 케이블TV 산업의 정체성, 지역성 및 다양성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인수 조건에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사업자인 개별 SO들에게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향후 지역성 구현의 중심은 개별 SO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별 SO가 시장 내에서 존속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뉴스 24시간 보도, 재난방송, 선거방송 등 지역민방송 활성화를 위해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산규제를 재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에 대한 입법 미비상황을 보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장치"라면서 "통합방송법에서 종합적 시장점유율 재검토하기 전까지 합산규제를 독과점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지은 기자
최용훈 KCTV광주방송 대표도 "지역성을 가진 향토기업으로서 지역의회 중계 등 다양한 활동 통해 지역민에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SO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업자이고, 운신의 폭이 좁아 쉽게 변신이 불가능하다"면서 "의지가 있는 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호소했다.
지역성을 고려하되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유료방송 M&A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M&A는 방송·통신시장 모두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규모의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미디어사업 특성상 생존을 위한 M&A가 모색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미디어와 이종산업간 결합이 진행돼왔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는 2013년 인수를 NBC 유니버설의 인수를 완료했다. 2020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는 타임워너와 합병 후 뉴스채널(CNN), 드라마(HBO), 영화사(워너브라더스)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했다. 올해 하반기에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전체 가구수의 160%가 가입한 레드오션 시장이고, OTT의 성장 등으로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며 "대규모 콘텐츠 투자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정책과 제도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 M&A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케이블TV 지역채널 및 지역성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이용자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조만간 유료방송 사업자, 지방자치단체, 시청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