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ICO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ICO 금지 발표 외 뚜렷한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ICO 규제 공백이 투자자 피해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다.
18일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국가들이 ICO와 관련한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ICO 금지만 발표한 상황"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를 정비해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에서 열린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 출범식'에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그동안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ICO를 진행하며 자본금을 조달해왔다. ICO는 일반적인 기업공개(IPO)와 달리 블록체인 기업이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IPO가 기업의 재무상태를 공시하고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반면, ICO는 백서를 통해 기술개발과 프로젝트 계획만 가지고도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을 쉽고 빠르게 마련하는데 유리했고, 이로 인해 비교적 짧은 기간 ICO를 진행한 스타트업들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실제 시장에서 활발히 진행된 ICO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다. 국내외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ICO의 특성상 투자자,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방치됐다. 국내 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투자 과열 논란이 일고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면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이후, 전면 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기업의 ICO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정보 공시가 미흡하고 일부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앞으로도 ICO 제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할 경우, 투자 위험이 높은 ICO를 정부가 공인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투기과열 현상 재발과 투자자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규제와 제도화가 절실한 현실"이라며 "정부가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 없이 전면 금지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문제 발생 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제도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