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올 1분기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 쇼크에 직면한 데는 수출 부진에 이어 투자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정부지출도 동시에 줄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1분기 GDP 속보치가 정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긴급으로 열렸다. 사진/뉴시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경기 조정 여파로 2.6% 감소했다. 연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부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액정표시장치(LCD)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들이 부진세를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10.8% 감소해 지난 1998년 1분기 -24.8% 이후 2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장비투자가 기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규제 등으로 수입차 수입이 지연되면서 운송장비투자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 4분기 정부부문에서 군수장비 지출이 높았던 것도 이번에 기저효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 지난해 4분기 3.0%였던 정부소비는 올 1분기 0.3% 증가에 그쳤다. 이에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정부 재정 투입이 없으면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수준으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의 정부 지출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하락한 데 영향을 받는 등 일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률 결과를 놓고 비관론을 쏟아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과 투자의 감소가 한국경제의 급격한 상황 악화를 이끄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노동비용 인상이 국내 소비여건의 개선보다는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은 언제냐의 문제지 어느 정도 예측이 돼 있었다. 월별 데이터 보면 생산이랑 출하 쪽도 썩 좋아진다는 분위기는 아니기에 2분기 역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GDP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세계경제 둔화, 투자부진,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며 "연초에는 사업공모 등의 절차 진행으로 인해 집행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아 2분기 이후 재정 조기집행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보면 성장 동력인 수출과 투자, 소비 부문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국장은 "2분기에 전기 대비 1.2% 성장하고 3~4분기에 각각 0.8%, 0.9% 성장하면 2.5%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분기와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당초 정부가 세운 올해 2.6∼2.7% 성장률 목표는 물론 최근 한은이 2.6%에서 낮춰잡은 2.5% 목표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세가 상저하고라는 예측이 우세했지만 이것도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 회복할 것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다. 중국 제조 2025에 따르면 저급한 반도체라도 중국이 이를 생산 시장하면 우린 결국 그 시장 잃는 것"이라며 "실제로 2.3 지켜내기도 어렵다라고 생각을 한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3%대였던 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내려 앉아 1%대를 위협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됐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이어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가져가야 할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부 추경은 투자의 요인보다도 복지 내지는 노인 단기 일자리 창출 예산이기 때문에 근본적 경제 성장 동력을 추진하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며 "민간 부분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기업 투자 마인드 고취 시키는 정책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