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은 상호 검증을 대폭 높인 데이터 저장 방법입니다. 탈중앙화의 분산된 네트워크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거래내역을 장부에 기록하고 중앙 컴퓨터가 아닌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가 검증하게 됩니다.
또한 블록체인은 비가역성이란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번 거래된 내역은 거꾸로 돌아가 수정될 수 없으며 모든 거래를 참여자들에게 공개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데이터 복제, 조작을 불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요컨대 블록체인의 장점은 속도가 아닌 신뢰에 있습니다. 느리지만 믿을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블록체인의 단점은 속도겠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1초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은 7건뿐입니다. 반면 비자카드는 1초당 2만4000건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신뢰에 방점이 찍힌 블록체인일지라도 기술이 확장되고 많이 쓰이려면 속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블록체인의 속도는 기술 확산과 연결돼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속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 확장은 요원해질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속도'를 논할 때 등장하는 단어가 '플라즈마(Plasma)'입니다. 플라즈마는 비탈릭 부테린이 창시한 '이더리움'에서 나타나는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입니다.
비트코인을 확장·발전시킨 이더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 컨트랙트인데요. 이는 특정 조건 A를 대입하면 특정 결과 B가 나오는 개념입니다. 지불수단에 머물렀던 비트코인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적용될 가능성을 확장한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속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더리움 메인 블록체인에서 모든 거래내역을 처리하다보니 사용자들이 몰리고 시간은 지체되는 병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비탈릭은 2017년 8월 '플라즈마: 확장 가능한 자율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하며 플라즈마를 처음 소개했는데요. 플라즈마를 적용하면 메인 체인 위에 플라즈마 계약이 올라갑니다. 즉, 메인 체인 위에 한 단계 층이 더 생기는 구조입니다. 이 층에는 거래 기록을 담은 최소한의 데이터만 저장됩니다. 이 데이터들이 모이면 하나의 플라즈마 블록이 생성됩니다. 사용자는 플라즈마 블록만 처리하면 되는 셈이죠. 다시 말하면 플라즈마는 체인을 하나 만들어 대부분의 거래는 플라즈마 체인에서 처리하고, 운영에 필요한 중요 데이터만 메인체인에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비탈릭은 지난해 3월에는 '플라즈마 캐시'라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보유한 개별 이더(ETH)에 고유한 아이디를 부여해 '플라즈마 코인'을 만드는 겁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이더를 거래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플라즈마 코인 관련 거래내역만 찾아내 검증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모든 플라즈마 블록을 다운로드해야 했던 플라즈마 방식보다 확장성을 개선한 것입니다.
비탈릭은 최근 국내서 열린 '분산경제포럼(Deconomy)2019'에서는 '샤딩(Sharding)'이 블록체인 확장성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샤딩은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많은 데이터를 수평적으로 작게 분할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블록체인이 확장성 이슈를 해결하고 사용자 확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