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로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선박 및 자동차 등 운송 장비에서
11% 가까이 감소했다
. 수출 감소가
2분기 연속 이어졌고
, 수입도 줄었다
. 여기에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던 정부의 기여부분도 축소됐다
. 신규 사회간접자본
(SOC) 사업이
1분기에 착수되기 어려웠던 실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에 3월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의 연례협의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는 당시 "한국경제가 부진한 고용창출, 증가하는 가계부채, 감소하는 잠재성장률 등의 이유로 중·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어 정책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미션단장은 "재정 정책은 상당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더 확장할 필요가 있고 통화 정책은 명확히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를 포함한 구조개혁을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IMF가 생각하는 추경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약 8~9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추경이 뒷받침되면 올해 2.6~2.7%의 경제성장률 목표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강한 부양 조치를 권고했다.
IMF 연례협의 브리핑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첫째, 성장은 투자 및 세계교역 감소로 둔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창출이 부진하다. 둘째,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잠재성장률 감소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셋째, 제조·서비스업간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당한 생산성 격차가 존재한다. 넷째,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명 이하인 0.98명으로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인구변화와 생산성 증가 둔화가 문제다. 다섯째, 포용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호를 완화해 상품 시장 규제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 보호 법률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더욱 강화해 유연안전성이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채택돼야 하며 보육과 아동수당 개선을 포함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IMF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기본적으로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숙련된 노동력과 탄탄한 제조업, 안정적인 금융시스템, 낮은 공공부채, 풍부한 외환보유 등이 긍정적 평가의 근거다.
IMF 권고는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역풍'이라는 강한 뉘앙스의 단어를 보고서에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호주를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의 여지가 있는 국가로 지목하고 적절한 수준의 경기부양을 권고했다. 또 IMF 권고에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 3월 18일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2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1월 2%를 넘었던 물가상승률은 12월 1.3%로 하락했고, 1월과 2월에 각각 0.8%, 0.5%로 더욱 낮아졌다. 또 주택(아파트)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민 입장에서 금융권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내집 마련이 힘든게 현실이다. 만약 금리를 급격히 낮춘다면 부동산 가격의 재폭등과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다시 팍팍한 서민경제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아울러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책변수도 금리 변동의 부담이 될 수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IMF는 무자비한 구조조정과 금융·노동 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요구했다. 나아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이익에 동조하는 행태도 보였다. 몇 년이 지나고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됐을 때 내부자들은 당시의 IMF 정책 권고에 대한 오판과 실기를 고해성사 했다. 과연 한국의 정부는 IMF의 권고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부분만 선택취합해서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효석 한국인재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