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지난해 남미 볼리비아에서 홀로 여행 중이던 한인 여성이 피살 된 사건과 관련해 현지 수사당국이 용의자를 특정하고 체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볼리비아 '태양의 섬' 내 거주 중인 현지인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 경찰 산하 특수범죄국(FELCC) 레네 탐보(Rene Tambo) 인명사건수사과장은 지난 26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수사를 통해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주민 로헤르 초케(Roger Choque)를 용의자로 특정, 체포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신고가 있었다. 용의자는 이번 사건 외에도 8건의 상해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낙 위험한 지역인 데다 주민들이 숨겨주고, 용의자도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 무기로 무장하고 있어 체포가 쉽지 않다. 경찰인력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면서 “금명간 결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지 한 뉴스 라디오 매체(Exito Noticia, FM 93.1)는 지난 1월25일자로 특수범죄국이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보도했지만, 탐보 과장은 이를 부인했다.
사건은 지난해 발생했다. 볼리비아 주요 일간지 엘데베르(El Deber)는 2018년 1월12일(현지시각)자 보도에서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내에서 홀로 여행하던 40대 한인 여성 조 모씨가 전날 오후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확인된 행적은 1월9일 숙소 체크인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유족들은 볼리비아 주변국인 칠레와 에콰도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중남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하상욱 변호사를 통해 볼리비아 정부관계자를 접촉하는 등 수사를 촉구했다. 하 변호사는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시 유족들의 의뢰로 볼리비아 정부에 탄원서를 작성하고, 주한 볼리비아대사관 측과 조율해 현지 법무부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용의자가 체포될 때까지 TF를 해체하지 않겠다. 개인 핸드폰 번호도 주겠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로 당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보는데, 1년이 지나고도 결과를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태양의 섬'은 잉카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휴양지로, 국내 중남미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관광 명소다. 그러나 그곳에 거주하는 두 부족이 무장한 상태에서 좁은 섬 안에 경계선을 그어놓고 서로 침범하면 린치를 가하거나 살해하는 등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 치안이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인근 출장 파출소나 경찰서가 없을 만큼 경찰도 개입을 꺼리는 지역이다.
볼리비아 경찰은 특정한 용의자를 우선 체포해 범행동기와 공범여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는 대립관계에 있는 두 부족 중 한 곳의 부족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 변호사는 “볼리비아 경찰이 확실하게 누가 살해했는지 모르지만, 몇 명이 개입했든 그 사람을 은닉하고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 부족장이기 때문에 가해자로 일단 체포하겠다고 하고 수사를 진행했을 수 있다”면서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가 직접적인 가해자라기보다 용의자들을 알면서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뉴스토마토>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볼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문의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