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블록체인은 100% 신뢰할 수 있는 비가역적 데이터 저장방식을 뜻합니다. 여러 개의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하며 분산된 여러 대의 컴퓨터가 이를 검증하는 구조입니다. 블록크기는 블록에 들어갈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인데, 비트코인의 경우 초기 36MB로 설정됐으나 스팸 등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1MB로 줄였습니다.
문제는 거래내역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블록크기가 부족해 블록당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이 낮은 수수료, 적정 수준 이상의 속도를 담보하지 못하게 됐고,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안됐습니다. 방식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네트워크 내에서 제법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비트코인은 결국 여러 갈래로 분리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세그윗(SegWit·Segregated Witness)을 정의하면, 거래내역에 보관 중인 전자서명을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블록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을 줄여 부족한 블록크기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세그윗의 장점은 블록에 들어가는 거래내역 크기가 줄어들어 블록당 담을 수 있는 거래내역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보안 취약성도 강화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세그윗 2X라는 개념은 세그윗에서 파생됐습니다. 비트코인에서 일부 채굴자 등이 제안한 개선방안으로, 기존 세그윗에서 블록 사이즈를 2배 확대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세그윗은 비트코인에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핵심 개발자와 채굴자 등은 이 같은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블록체인은 중앙집권의 의사결정기구가 없고 참여자 모두가 동의해야 시스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분산된 의사결정구조에서는 소수의 거부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 세계 최대 채굴업체로 꼽히는 비트메인(Bitmain)의 우지한(Jihan Wu) 회장은 세그윗을 반대하고 독자적인 포크(기능 개선 등을 이유로 기존 블록체인에서 분리)를 단행했습니다. 2017년 8월 새로운 버전의 블록체인인 비트코인 캐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하드포크(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로 생성된 비트코인 캐시를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캐시가 생성된 것은 세그윗을 둘러쌓고 벌어진 이른 바 '소프트포크파'(개발자들이 속한 비트코인 코어그룹 측)와 '하드포크파'(우지한 등 채굴자 그룹 측)의 투쟁으로 바꿔서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포크(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파의 주장은 1MB의 저장용량은 유지한 채 세그윗으로 전자서명 데이터를 블록 내에 따로 저장하는 것입니다. 반면 하드포크파는 블록크기를 아예 2MB로 늘리자는 주장입니다. 우지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채굴자그룹 측이 세그윗에 반대한 것은 소프트포크를 거치면 비트코인 채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을 하면서 채굴장비도 생산하는 중국 쪽 기업들 입장에선 돈이 안 되는 세그윗은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비트코인 캐시는 작업증명(PoW) 방식 등 기술구조가 비트코인과 비슷합니다. 비트코인이 1MB로 용량이 제한돼 있는 반면, 비트코인 캐시는 최대 8MB까지 용량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