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 외교안보 국정목표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설정했다. 남북 간 화해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국제협력을 주도하는 당당한 외교를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구체화하며 긴장의 연속이던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급반전시켰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연이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그 해 북한은 16회의 핵·미사일 실험을 실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 화해 협력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고수했다. 2017년 7월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는 이틀 전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면서도 공존공영·민족공동체 회복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상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를 기점으로 급변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은 현실화됐고 이후 남북 특사교환, 북미 정상회담 합의 등을 거쳐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 회담 후 체결한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천명했다. 이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한반도 냉전체제의 근간을 이루던 남북 대결과 북미 적대관계가 동시에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대북특사 파견 등을 거쳐 만들어낸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정세를 기존 대결구도에서 평화로 바꾼, 대전환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판문점 선언에 기반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2018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 공동진출 등의 후속조치도 이어졌다.
그해 9월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등을 통한 군사분야 합의 내용 역시 상당수 실행에 옮겨졌다. 지난해 11월1일 육해공 적대행위 중지를 시작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병력·장비 철수, 남북 각 11개의 감시초소(GP) 시범철수,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남북 공동수로조사 등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일부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새로운 길이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지금의 교착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점은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신한반도체제 구상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다소 힘이 빠진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력부터 하나씩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축을 위한 군사공동위원회, 경제공동위원회 등의 과제는 제시했다"며 "문재인정부 이후 향후 100년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기에 이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부분들을 채워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북미대화 중재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내신브리핑에서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변함없는 남북미 정상들의 의지를 바탕으로 외교적 노력은 수면 하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이 분명히 대화를 원하고 있다.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중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