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 서지명기자]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들이 지난 2009년 사업년도(2009년4월~2010년3월) 대폭 호전된 실적을 기록했다. 증시 회복세로 거래대금이 증가한 가운데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는 훌륭한 실적이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실제적으로는 평이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 대부분 증권사 큰폭의 실적 호전세
지난해 대다수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돼 금융위기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에 작년 실적이 줄어 기업실적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증권의 순익은 전년대비 75% 늘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크게 증가해 공격적인 영업이 빛을 발하며 업계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27%, 308% 증가한 4조8784억원, 2120억원을 기록해 실적 개선폭이 컸다. 순이익 역시 252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51.7%나 급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주가 상승으로 인한 주식시장 규모 확대로 브로커리지 손익이 증가했다"며 "IB(투자은행)부문의 매수와 합병수수료 증가, 자산운용부문의 유가증권운용 순익 증가로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재작년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전환했던 한국투자증권도 영업이익 3023억원과 당기순이익 2319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이름값을 했다.
이 밖에 현대증권이 순이익 1814억원을 달성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동양종금증권(003470)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18%, 184% 증가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매출액이 12.4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 23.3% 늘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지난해 순이익이 무려 1000%까지 급증한 곳도 있다.
HMC투자증권(001500)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8935%, 1683% 급증한 279억원과 256억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에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6%, 18.3% 감소한 5조4838억원, 194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4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 3분기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종금대출 자산에 대한 대손상각이 발생한 탓에 지난해 전체 수익이 다소 악화됐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은 "3분기 투자자산 평가를 반영하고, 신규사업 확장으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종목 선별 투자전략 필요
대다수 증권사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이는 2008년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희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작년 실적이 개선돼 보이는 것"이라며 "올해 업황 분위기는 작년과 비슷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개인비중 감소 추세에 따라 2010 회계년도 일평균 거래대금 가정을 기존 8조8000억원에서 8조3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분석 대상 증권사들의 2010 회계년도 이익전망과 목표주가를 각각 평균 0.9%, 0.4%씩 낮췄다.
장 연구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면서 "증권주의 유일한 희망은 유동성에 따른 상승 싸이클에 기댈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국내 개인금융자산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업황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종목 중심의 투자를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