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블랙핑크, '팝의 심장' 미국을 흔들다

LA타임스 "방탄소년단, 팝의 새로운 왕들"
K팝, 미국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성장

입력 : 2019-05-07 오후 3:47:1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수 마이클 잭슨을 일컫던 '팝의 왕(The king of the pop)'이 이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로즈볼 스타디움에 6만 명이 몰린 BTS의 공연을 두고 미 LA타임스는 "팝의 새로운 왕들(the new kings of the pop)이 로즈볼을 점령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4~5일 방탄소년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 SPEAK YOURSELF)'의 포문을 열었다. 
 
총 9만명의 수용이 가능한 이 스타디움에 이틀 각각 6만명과 5만2000명의 유료 관객이 입장했다. 남은 좌석은 무대 뒤편의 스탠딩이거나 시야제한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무대 뒤편 거대한 폭죽과 함께 등장한 멤버들은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수록곡 '디오니소스'를 첫 무대로 꾸몄다. 
 
이어 'Not Today'와 'Euphoria', 'Best of Me',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아이돌(IDOL)' 등 그룹의 대표곡들을 차례로 이어가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수십 명의 댄서와 펼친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무대에서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디올이 제작한 무대 의상을 입고 군무를 펼치기도 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무대 시작 전 공연장 밖에는 수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줄이 섰고, 자리를 점하기 위해 텐트를 친 캠핑존도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무대 안쪽 빌딩만한 멤버들 홀로그램의 등장에 팬들은 수만개의 야광봉을 흔들며 마치 지진 같은 함성을 뿜어냈다고도 보도했다.
 
LA타임스는 "5일 공연엔 사춘기 소녀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또 아시아계 미국인을 포함해 라틴계 미국인, 흑인, 백인까지, 세대와 인종에 구별 없는 5만2000여명이 모였다"며 "이날 로즈볼은 방탄소년단에 의해 정복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은 이날 그룹의 로즈볼 공연을 마이클 잭슨, 롤링스톤스와 비교하며 다루기도 했다. 방송은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공통점은 캘리포니아의 전설 로즈볼에서 공연을 했다는 점"이라며 "2000년대를 풍미한 미국 보이밴드 더 조나스 브라더스의 닉 조나스도 공연을 지켜봤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이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뉴시스
 
세계를 돌며 이어가는 스타디움 투어는 국내 대중음악 역사상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미국에서도 최소 5만명 관객을 동원해야하는 스타디움 공연은 웬만한 인기 팝스타가 아니면 사실상 진행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그룹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티필드에서 첫 스타디움 공연을 펼쳤고, 이번에는 총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을 나란히 이어간다.
 
시카고 솔저 필드(11~12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18~19일), 브라질 상파울루 알리안츠 파르크(25~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6월1~2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6월7~8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7월6~7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 (7월13~14일)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9만석 규모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한다. 이 곳은 영국 밴드 퀸이 참여한 1985년 역사적인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열렸던 공연장이다. 비틀스,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에드 시런 등 세계적인 록·팝스타들이 이 곳에서 공연을 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팝의 심장' 미국을 겨누면서 현지의 관심은 'K팝 장르'와 'K팝 아티스트'로도 확장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코첼라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블랙핑크는 데뷔 후 첫 북미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5월1~2일 뉴어크 공연에선 회당 2만여명의 관객, 5일 애틀랜타 공연은 1만3000여석의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뉴어크 공연에서는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두아리파가 게스트로 참석해 현지 K팝 열기를 입증했다.
 
또 전날 블랙핑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소셜 미디어 시상식 '쇼티어워즈' 부문에서 포스트 말론, 해리 스타일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 발표한 곡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는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핫100·빌보드200)와 영국 오피셜 차트(싱글 톱100)에서 최근 각각 3주·4주 연속 진입에 성공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로즈볼 무대를 보러 온 관객 애이미 다비스(31)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블랙핑크의 무대를 보고 K팝 가수들은 미래지향적인 업비트를 댄스 뮤직에 결합시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여기에 불을 뿜어내는 듯한 힙합, 발라드가 결합된다"고 인상을 전했다.
 
또 다비스는 "비욘세와 원디렉션, U2, 디패치 모드 같은 톱스타들도 로즈볼에 섰지만 BTS처럼 새로운 국가의,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가져오진 않았다"며 "현재 K팝은 미국 음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몇개월 안에 K팝 가수들이 미국 공연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A타임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K팝은 미국에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오며 성장했다"며 '날개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다른 케이팝 주자들로 트와이스와 NCT127를 지목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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