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학 교수들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논문 공저자로 등재시킨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조사 대상 논문 139건 중 문제가 된 논문은 12건이지만 교육부가 재조사 할 방침이어서 부정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대학 소속 연구자의 미성년 공저자 등재, 부실학회 참가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조치 현황을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2007년 이래 총 50개 대학의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경일대·포항공대·청주대·가톨릭대·서울대 등 5개 대학의 교수 7명은 대학 자체 연구부정 검증을 넘지 못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12건으로, 교수 자녀 8명이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고도 공저자로 등록됐다. 6명은 국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으로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검증 수행 기관에서 해당 외국 대학으로 연구부정 검증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고, 국내 대학 진학 학생의 경우 연구부정 논문을 대학 입시에 활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대학의 자체 검증도 상당 부분 충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정된 127건 중 85건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각 대학 및 연구비 지원 정부 부처들에 재검증을 요청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연구부정으로 판정되는 경우, 대학에 통보해 징계를 요구하고, 국가연구개발비 환수 및 참여 제한 등의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2년제 대학 교수와 비전임 교원, 그리고 프로시딩(학술대회 발표용 연구논문)까지 미성년 자녀까지 범위를 확대해 별도의 공저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총 56개 대학 255명의 대학 교수들이 410건의 논문에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했으며, 이 가운데 교수 자녀 21건, 친인척·지인의 자녀가 22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대학 자체 검증에서 부정이 드러난 논문은 3건이다. 동의대와 배재대 소속 교수 2명은 프로시딩과 논문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은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다. 209건은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자체 판정됐으나, 교육부가 재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187건은 대학 자체 검증 진행 중이다.
또한 교육부는 대표 부실학회로 지목된 와셋과 오믹스에 참여한 대학 소속 연구자 전수조사 및 후속 조치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총 4년제 대학 90개에 속한 교원 574명이 808회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452명의 대학 교원이 주의·경고, 76명이 경징계, 6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부터 574명 중 국가 연구비를 지원 받은 473명에 대해서는 출장비 회수와 연구비 정밀정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사안이 심각하거나, 후속 조치가 미흡한 대학은 특별 사안조사를 받는다. 세부적으로는 △부실학회 참석자 및 미성년 자녀 논문 건이 다수 있는 대학 △조사 결과서가 부실해 자체조사의 신뢰도가 의심되는 대학 △징계 등 처분 수위가 타 대학과 비교해 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 등이다. 모두 15개로 강릉원주대, 경북대, 국민대, 경상대, 단국대, 부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세종대, 연세대, 전남대, 전북대, 중앙대, 한국교원대 등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학 차원에서 건강한 연구문화 조성을 위한 책임을 보다 무겁게 느껴주기 바란다”며 “교수의 자녀 등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부당 저자 등재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로 검증해 단호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수 등 대학 소속 연구자들의 미성년 공저자 등재, 와셋(WASET) 등 부실학회 참가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조치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