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영 정치부 기자
"2019년 미국경제는 성장세가 지속되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재정확장 정책 등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는 미국의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 통상정책', 즉 공정무역을 기치로 대중 무역수지 적자 감소 추구, 미국에 유리한 통상환경 조성 등 미국의 통상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보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립외교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19 국제정세전망' 내용 중 일부다. 미국 입장에서는 언짢을 수 있겠지만 이 중 상당수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9~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타결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달 내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그들(중국)이 우리와의 협상을 깨고 재협상하려 했다"며 공세를 계속하는 중이다.
'미국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행보'는 미중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란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 파기선언을 하고 주변국 원유거래 차단 등의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발한 이란이 '위험징후'를 보이자 미국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의 걸프만 배치로 대응했다. 다시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은 미 항모전단이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임시정부 수반을 자처하고 있지만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과이도 의장이 주도한 군사쿠데타는 실패하고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군부의 결집만 강화한 결과로 이어졌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도 이같은 동시다발적인 외교이슈에 대응이 가능할까. 어떤 나라가 전쟁에 뛰어들었을 때 절대 피해야하는 것이 전선을 넓히는 일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은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유럽에 한정됐던 전선을 아프리카, 동부(러시아)로 넓히며 패전을 자초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패전한 이유도 비슷했다.
미국이 지금 처한 상황도 비슷해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정책이 북한·중국·이란·베네수엘라 4개 전선에서 동시에 도전을 받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북한과의 문제를 확대하지 않고 상황관리에 주력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특이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일반적인 일" "신뢰 위반이 아니다"고 말한 것이 그 예다.
대선을 1년 반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현 국제정세를 봤을 때, 북한과의 비핵화 문제 해결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일 아닐까. 희망을 현실로 바꿔낼 역량이 우리 내부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