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오전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및 고위임원 사무실·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업지원TF는 과거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불린 미래전략실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조직이다.
검찰은 사업지원TF 지휘 아래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금융감독원 특별감리가 이뤄진 지난해 5월 전후 회사 서버를 교체한 뒤 이전 서버를 외부로 반출해 보관·훼손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 등에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진행됐다.
검찰은 사업지원TF의 지시로 삼성바이오의 공용서버 은폐가 벌어졌고 에피스 직원들이 업무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미전실' 등의 단어를 검색해 문제가 될 만한 파일을 삭제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아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직접 삼성바이오의 공용서버 은폐를 지시하고 에피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검사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1일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두 임원에 대한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검찰은 7일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 등에 검사·수사관 등을 보내 삼성바이오가 공장 바닥 마루를 뜯고 묻는 방식으로 은닉한 서버·노트북 등의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또 이날 회사 보안 실무책임자로 삼성바이오 회계 관련 문서와 임직원들의 컴퓨터를 폐기하거나 회사 서버를 뜯어 다른 곳에 숨긴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 대리 안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안씨는 다음 날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해 중순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자택에서 보관한 혐의를 받는 에피스 팀장급 직원인 A씨를 3일 긴급체포한 뒤 돌려보냈고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감춰뒀던 공용 서버를 확보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를 받는 에피스의 양모 실장(상무급)과 이모 팀장(부장급)이 구속됐다.
검찰은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이 지분을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의 자산 규모가 분식회계로 부풀려졌고 이후 두 회사 합병 비율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분식회계 의혹 수사 과정에서 삼성그룹 조직 차원의 삼성바이오 관련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입문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