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풀 대타협에도 개인 택시기사는 걱정 한가득

"합의안의 사각지대에 있어"…정부·국회 입법·상생 인프라 하루빨리 만들어야

입력 : 2019-05-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승용차공유서비스와 관련한 택시기사의 네 번째 분신사건이 발생했다. 택시 업계는 생존권 보호를 위해 집회를 열며 '타다' 운행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택시·카풀업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제한적 카풀을 허용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대타협기구에서 정부와 택시업계는 감차 방안에 기본적으로 합의했지만, 한편으로 택시업계는 자격유지검사제도 도입 등 초고령자 택시기사들이 맞딱드리게 될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65세 이상 자격유지검사제 시행 
 
택시·카풀업계 합의 후 초고령 운전자의 연령 기준과 감차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부터 65세 이상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자격유지검사제도 시행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운전을 할 수 없다. 올해 만 70세로 자격유지검사제도 대상자인 30년 차 개인택시기사 강석원씨는 19일 "옛날에는 인사 사고가 났을 때만 검사를 받았는데, 무조건 받으라고 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힘들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도 저것도 없는 남자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이 택시운전"이라면서 "일을 안 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아선 집사람과 두식구가 살아갈 수 없는데 왜 자꾸 (택시운전을) 못하게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다른 택시기사 조주상(65)씨도 "100세 시대인데, 65세에 자격유지검사에서 탈락하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는 합의 사각지대"
 
타다 등 승차공유서비스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1인 사업자인 개인택시기사들은 생존에 대한 걱정이 더욱 크다. 박종철(62)씨는 "법인택시는 협상력이 있고, 법인택시기사들은 월급제 대상이지만 우리는 합의안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의 법칙처럼 손님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내가 태울 수 있는 손님을 타다가 태워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타다의 11인승 승합차 운영도 법령의 빈틈을 노려 사업 둥지를 틀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고 했다. 고윤석씨(61)는 "타다 운행 대수가 1000대인데, 택시 이용해야할 고객이 타다를 이용하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것"라고 말했다.     
 
개인택시 업계가 외치는 '타다 아웃'의 본질은 결국 생존권 보장이다. 타다는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기존 산업과 함께 이동서비스 고급화로 수입을 늘리고 도시 전체의 이동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는 개인택시 기사가 숨진 이튿날인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의를 표하면서 "도시의 삶, 문화, 이동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분들을 어떻게 더 잘 설득할 수 있을까"란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같이 갈 수 있는 혁신의 길을 계속 찾겠다"며 '혁신의 다짐'에 방점을 찍었다. 
 
"타다, 배회영업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택시업계는 '타다'가 상생과는 먼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차고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체결된 거래에만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처럼 배회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선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대의원은 "타다를 불러보면 처음에는 권역 내에서 찾다가 없으면 5km내, 그 이후에는 '곧 승객이 하차할 차량을 찾고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난 2월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 등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타다는 렌터카이기 때문에 손님을 내려주면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대의원의 주장처럼 실제 영업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    
 
택시기사들의 생존권 보호와 소비자 편익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도, 상생기구 타협안 도출 이후 입법과 예산 지원 등 후속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갈등 해결은 답보 상태다. 카풀 이슈가 떠오르며 택시 면허값은 2017년 9월 9100만원에서 올해 3월 76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개인택시 기사들의 걱정은 더 크다. 공유경제 확산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법률과 상생 인프라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감차 대상 운전자 합리적 보상 필요"
 
과다경쟁을 해결하기 위한 감차에는 택시업계가 동의한 만큼, 납득할만한 연령 논의와 감차 운전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감차보상은 정부와 지방자치에서 일부 예산만을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택시업계에서 자율로 충당하고 있다. 국토부 도시교통과 관계자는 "강제 감차를 고려했지만 택시업계에서 자율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택시가 많은지 안 많은지를 파악하는 택시총량 산정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 2월 요금인상을 했으며, 시 차원에서 택시기사와 모빌리티 업계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 쪽에서 세부적인 내용이 내려와야 한다"며 "감차나 예산 지원도 국토부 지침과 법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타다 퇴출 요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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