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육과정에 '놀이시간' 추가…"학업 스트레스 심각"

정부, '포용국가 아동정책' 심의·의결…체벌 관대 패러다임도 전환

입력 : 2019-05-23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아이들이 과중한 학업 부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놀이 시간을 추가한다. 교실을 비롯한 학교 내 공간을 아이들이 쉽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장소로 바꾸기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아동의 결핍 수준.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23일 열린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심의하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포용국가 사회정책 대국민 현장보고에서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 추진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놀이와 건강, 인권 및 참여, 보호 등 4개 영역에서 주요과제 중심으로 10대 핵심과제를 구체화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부는 아동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부모, 친구, 이웃과 함께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한다. 내년부터 지역여건에 맞는 아동 놀이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해 ‘놀이혁신 선도지역’ 2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대상별로 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 무상보육)'을 ‘놀이 중심’ 과정으로 개편하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는 쉬는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블록수업 등 다양한 모형을 개발해 운영할 방침이다. 40분씩 진행하는 두 번의 수업을 하나로 합쳐서 진행(80분)하고, 쉬는 시간을 모아서 30분의 중간 놀이시간 확보하는 등의 놀이시간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2022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침은 작년 아동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아동은 학업성위도가 높지만 여가활동과 친구, 가족과의 이벤트 등의 관계적 결핍이 주요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게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아동 중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30분이상)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했고, 과중한 학업 부담과 놀 수 있는 기회 부족 등으로 스트레스 인지율은 40.4%, 우울감 경험률은 27.1%에 달했다. 
 
또 아동의 신체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등 위험 요인을 고려해 건강지원을 강화한다. 우리 아동의 비만율이나 건강상태는 다른 국가에 비해 나쁘지 않지만, 신체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등 위험 요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생애초기부터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서비스'를 신설하고, 언어·학습장애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영유아검진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아동 치과주치의 △아동 모바일 헬스케어 건강관리사업 △아동 만성질환 집중관리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검진도 확대된다. 신생아기(4~6주)에는 영아돌연사를 예방하고, 고관절 탈구 등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올해 연구용역을 거쳐 검진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며, 유아기(4~6세)에는 난청검사(순음청력검사)와 안과검사(굴절검사, 세극등현미경검사 등)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아동 성장발달에 치명적인 언어·학습 장애 등을 예방할 방침이다. 보건소에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비만 등 건강 위험 아동을 상담·관리하는 시범사업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아토피, 천식 등 만성질환이 있는 아동의 집중관리를 위한 시범사업도 내년부터 추진한다. 
 
아울러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고위험 임산부는 내년부터 출산 전후 방문 서비스를 받게 된다. 보건소에서 방문 간호사가 개별 가정을 방문해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살피고, 산모와 아동의 건강 관리 뿐만 아니라 양육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아동이 만 2세가 될 때까지 지속 실시한다. 
 
아동 인격 존중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도 적극 시도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동 문제을 본인의 이해를 직접 주장하기 어려운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져 온 경향이 있어, 아동 체벌에 대해 관대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우선적으로 아동 체벌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정부-아동권리보장원-아동인권단체'가 함께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통한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이혼소송 중인 부모를 가정법원이 전문교육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가사소송법 개정도 추진한다. 동시에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의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행 민법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 전화도 예고했다. 오는 8월부터는 아동들이 운영하는 아동총회(현재 16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매년 아동정책조정위원회(총리 주재)에 보고하고, 논의된 결과를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아동들이 제안한 내용들이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외에도 시·군·구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확대 배치해 그동안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 학대조사 업무를 시·군·구로 이관하는 내용과 민간에 의존하고 있었던 입양체계를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으로 강화하는 제도 추진 계획도 담겼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아동이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해 마련했다"면서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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