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암호화폐, 실물경제 대체 가능할까

다수 사용자 DB 확보한 업체들, 국내외서 다양한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 시도
사용자 인식 미흡, 유인할 혜택 부족해 당장은 어려워…"규제 틀 갖춰져야 상용화 가능성"

입력 : 2019-05-26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암호화폐 실물결제가 이제 막 움트는 가운데 실물결제 대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로 암호화폐가 신용카드 등 기존의 유력한 결제수단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사용자 경험에 따른 인식 개선, 규제 틀 확립 등이 해결될 경우 가능성은 한껏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활용한 다양한 실물결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실생활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각종 프로젝트들은 사용자 인식개선 미흡 등으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테라'는 암호화폐 결제와 관련해 주목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신현성 티몬 설립자 겸 의장이 지휘하는 테라는 상반기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테라 얼라이언스'에는 티몬, 배달의민족을 포함해 동남아 최대 중고 거래사이트 캐러셀(Carousell),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Qoo10) 등이 있다. 테라 얼라이언스는 연간 거래액 약 28조원과 4500만명의 고객 기반이 장점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는 시장에 긍정적인 파장을 예상해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가장 먼저 탑재된 디앱 서비스에는 프라이빗키를 지갑 안에서 보관할 수 있는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삼성 블록체인 월렛' 등이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 결제 사업을 염두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외에서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은 암호화폐 결제 확산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삼성페이는 삼성의 암호화폐 결제사업에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금액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삼성은 모바일 간편결제 확산을 이끌고 있는 업체다.
 
이같이 국내 암호화폐 실물결제 프로젝트는 탄탄한 사용자 기반의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실물결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맹점 등 사용자 데이터 베이스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실물결제 프로젝트들의 로드맵에는 자사 사용자 기반의 결제 생태계를 구축한 이후 다른 곳의 암화화폐 결제와 연동될 수 있는 인터 블록체인으로의 확산을 담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는 1세대 블록체인 전문기업 글로스퍼가 두드러진다. 암호화폐 하이콘 결제 플랫폼 '하이콘페이(HYCONPAY)'를 선보이며 실물결제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스퍼는 우선 타깃 지역을 중심으로 '하이콘페이'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남이섬·쁘띠프랑스 등 가평 주요 관광지 내 사용처 확산이 우선 목표다. 
 
외국의 경우 국내와 마찬가지로 다수 사용자를 확보한 기업들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확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온라인 쇼핑몰 '오버스탁'은 2014년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바 있다. 현재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모네로, 비트코인 캐시 등의 결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자사 쇼핑몰에서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 라쿠텐 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며, 글로벌 시가총액 6위 페이스북도 암호화폐 결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페이스북이 오는 3분기 중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자사 메신저 '왓츠앱'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등에 적용될 암호화폐 결제·송금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결제의 장점은 다양하다. 전 세계 어디서나 손쉽게 환전할 수 있으며, 해외거래 수수료를 절감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의 경우 PG사, VAN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소비자와 공급자 간 사이에 끼어 있어 수수료가 높은데, 암호화폐 결제는 1%대 수수료가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결제 시 해당 암호화폐로 일정비율 에어드롭을 제공하는 등 리워드가 보장되고, 활발한 유통으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장점을 지닌 암호화폐 결제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실물결제 플랫폼 구축 시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많은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암호화폐 결제에 익숙하지 않고 암호화폐 결제로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혜택이 불투명한 탓이다. 예컨대 신용카드 결제는 카드사 포인트 환급, 할부 구매, 통신사 연계 할인 등 눈에 보이는 혜택을 사용자에게 즉각 제공한다. 암호화폐 결제가 당장 이를 능가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는 속도(확장성)의 문제도 있으며, 가격 급등락에 따른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의문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한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실물결제에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바이낸스의 경우 2컨펌, 비트맥스와 후오비가 1컨펌이 소요된다. 1컨펌에 10분이 걸리며 많게는 6컨펌까지 요구하는 곳이 있어 실물결제 대중화는 당장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2018년도 지급결제보고서'는 "암호자산은 현금,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수단에 비해 거래비용(수수료, 처리시간), 가치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현재로서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한 시장가치 등으로 인해 계산단위(가치의 척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점, 공급량이 정해져 있어 가격 불안정성 해소가 어려운 점도 현 시점에서 실물결제 대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의 암호화폐 결제 대중화는 어렵더라도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의 다양한 출현 자체는 기존 지배적 결제 서비스인 신용카드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고, 모바일 지급서비스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자극제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편 암호화폐 실물결제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종합 솔루션 기업 '블록노드커뮤니케이션즈'의 오경택 최고운영책임자는 "현재 국내 암호화폐 관련 법률, 규제는 매우 모호한 수준이다. 가장 먼저 암호화폐의  개념을 화폐, 재화, 유가증권 등의 일정 개념으로 정의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국내 실정은 이를 규정하지 못한다"며 "규정 단계를 거쳐야만 암호화폐 결제 상용화를 위한 실질적인 법률, 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 새로이 규정될 암호화폐의 법률적 정의에 따라 세법은 물론 각종 규제안 및 솔루션 등이 자연스럽게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컨설팅 기업 ICONO1의 김훈영 대표는 "암호화폐 실물결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제 서비스로서의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규제가 있어야 그에 맞춘 사회적인프라가 갖춰지고 가격 안정성을 지닌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한 결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주화 모습.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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