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달리 기업들의 공시 의무가 없습니다. 거래소에 상장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도 투자자들이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입니다. 사기성 프로젝트를 선별하거나 유망 프로젝트들에 대한 투자분석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공시 정보 플랫폼을 개발한 크로스앵글이 국내 주요 거래소들과 건전한 공시문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앵글은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코빗 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공시 정보 플랫폼 ‘쟁글(Xangle)’을 공개, 향후 운영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 빗썸과 코빗, 고팍스, 씨피닥스 등의 거래소들도 함께 했습니다. 모두 크로스앵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거래소들이죠. 이들 거래소는 쟁글의 공시 정보를 암호화폐 상장, 혹은 상장 폐지를 심사하거나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여전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 공시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업계의 이같은 노력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빗, 고팍스 등이 참여한 크로스앵글 파트너십 설명회가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코빗 라운지에서 진행됐다. 사진/고팍스
쟁글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크로스앵글이 해당 프로젝트로부터 제공받아 검증을 통해 공시됩니다. 이날 크로스앵글은 공시 정보에 프로젝트의 온체인(On-chain) 정보와 오프체인(Off-chain) 정보를 모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온체인과 오프체인 정보는 어떻게 다를까요. 온체인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거래내역 등의 정보가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 저장되는 것을 말합니다. 오프체인에서는 블록체인 정보를 네트워크 외부에, 그러니까 디앱(DApp)의 중앙 서버에 기록합니다.
온체인의 대표적인 예로 비트코인을 들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자체 네트워크 내에 모든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비트코인 사용자들에게 이를 공개하죠. 기록을 위·변조하는 것도 힘듭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신뢰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대신 단점이 있습니다. 거래 정보 하나하나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죠.
오프체인은 중앙 서버에 정보를 기록하는 만큼 온체인처럼 안전하지도,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오프체인의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중앙 서버를 이용해서 처리속도가 빠릅니다. 오프체인을 활용하면 개인정보나 거래내역 등 중요 정보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하고, 신속히 처리해야 할 정보들은 디앱의 중앙 서버에 나눠 기록할 수 있죠. 중요 정보들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전체적인 거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필요에 따라 온체인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해결 가능합니다.
크로스앵글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공시 대상에 온체인과 오프체인 정보를 모두 포함했습니다. 포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시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온체인 정보는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 기록된 정보죠. 누구든 접속해서 확인 가능한 정보입니다. 크로스앵글은 온체인 정보들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해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오프체인 정보를 공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와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온체인 정보와 같이 공개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