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오는 7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회동 후 바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1대1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1대1 회동 후 교섭단체 3당 대표와의 회동을 역제안 했고, 청와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측이 요구하는 의제 확대와 1대1 회담 형식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을 수용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즉각 실무협의를 시작할 때"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지난 5월9일 KBS대담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5당 대표회동 등을 공개 제안하고, 바로 다음 날 청와대는 여야 각 당에 참여 여부를 확인했다. 여야 4당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당은 의제 확장을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다음 날 바로 의제 확장을 수용하자, 한국당은 재차 5당 대표 회동이 아닌 단독 회동을 요구했고, 긴 논의 끝에 결국 청와대는 지난 주 금요일 '5당 당대표 회동+일대일 회동' 동시 추진을 제안했다.
한국당은 지난 2일 답변을 보내오며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일대일 회동과 교섭단체 3당 대표의 회동을 동시에 하자"라고 역제안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지금까지 여야 협치의 선례를 봤을 때 3당이 아닌 5당이 만나는 것이 맞다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당이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 협의체는 그동안 국회 협치의 축적물이다.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3당 회동 및 1대1 회동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오는 7일 5당 대표 회동과 연이은 1대1 회동은 여전히 유효하다. 황교안 대표가 큰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황교안 대표와의 접촉 어려움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강기정 정무수석이 현안 논의를 위해 수 차례 황 대표와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 측은 "직접 만나지는 못하겠다. 필요한 사람과 만나라"고 답변해 이헌승 비서실장 등 실무진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청와대가 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고 거부했다"고 공개한 것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주고받은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기정 수석도 "어제 손 대표를 만나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전 5당 대표회동 성사를 위해, 국회 개원을 위해 그 필요성을 설명드리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면서 "손 대표만 만난 것이 아니고, 황 대표 측도 만났고, 당연히 다른 당 관계자들도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불참하게 되면 어떻게 할거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손 대표는 '황 대표가 불참 때는 회담의 의미가 반감되니, 함께 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원내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4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3당 원내대표 논의 등 협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했다"면서 '4당 대표회동'이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월2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