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고로(용광로) 조업 중단 10일이라는 전례없던 규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운영중단 통보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의 과도한 환경규제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자체로부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통보받았다.
충남도는 지난달 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다음달 15일부터 10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진제철소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정비·재가동 과정에서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브리더(Bleeder, 안전밸브)를 통해 무단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다.
고로(용광로) 조업 중단 10일이라는 전례없던 규제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21일 드론을 띄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이와 같은 이유로 전남도와 경북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이같은 행정처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브리더는 공정과정에서 고로 내부에 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안전밸브장치다. 사고 위험시 자동으로 열리게 된다. 브리더를 열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경우 내부 압력이 높아져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은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철강사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행정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로는 1년 내내 내부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가 4~5일 동안 가동을 중단할 경우 쇳물이 굳어져 복구하는데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업계에서는 3개월간 조업을 중단하면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조치에 대해 양사는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포스코센터 서관 4층 아트홀에서 개최된 '제20회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해 "현재로서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 왔는데 현행법 위반이라는 판단으로 조업정지가 내려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도 충남도를 방문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현재로서 조업정지가 내려져도 그후 다시 재가동을 하면 더 좋아질 방법이 없다. 개선될 수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제철은 행정소송 등을 진행해 조업정지를 막는데 최선을 다한겠다는 방침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철강협회를 통해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도 조만간 지자체 결정에 대응 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의 지적에 전남도는 오는 18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행정처분 청문회를 개최하고 포스코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