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시장 다변화와 기술경쟁력 확보 관건"

전문가들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 R&D투자 확대해야"

입력 : 2019-06-06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통상 전략을 세밀히 정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 이달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6<뉴스토마토>가 국내 통상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한국의 대응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이 많았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지금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제는 미중간의 통상전쟁의 영향이 유럽연합(EU)나 기타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우리는 미국의 철강 232조 조치에 따른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철강 관세 협상을 일괄 타결하면서 철강 수출을 지난 2015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에 합의했다. 그러자 올해 2EU는 미국의 조치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자 부득이하게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에 이상호 팀장은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연쇄적인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적으로 제소하는 방법을 취하기 이전에 정부가 일선 현장의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협력해 정보를 공유하며 무역구제조치 등을 마련하는 등 수출 국가에 대한 법·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광철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상무는 "그동안 정부가 국가별 FTA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온 만큼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멕시코, 독일, 일본, 영국 등과 국제 공조를 강화해 자동차, 기계 산업 등에서 자유무역여건을 조성하는 노력과 같은 통상 전략의 재정비가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집중된 수출 산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광철 상무는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중국 수출 비중은 26.8%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해 한·중 간의 경기 흐름이 동조화 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인도와 같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에 대해서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의 협력도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산업분석팀 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수출이 중국에 밀착된 형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중국 경기 경착륙 심화에 따른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가고 있긴 하지만 개도국이 밀집한 아세안 국가의 경우 꽤 높은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북방 정책과 같이 수출 신시장을 개척하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개척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물론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에 따라 문화적이나 지리적 근접성이 높은 아세안 시장을 대안으로 보는 접근도 자연스럽지만 동남아 국가의 경우 고질적인 부패 문제나, 언어 제약과 같은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교수는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산업발전 추이에 맞게 새로운 국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신제품 개발하는 등 국제통상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핵심 부품 소재나 중간재 쪽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현재 제조업에만 기울어 있는 수출 전략을 소프트웨어 같은 서비스업 분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남훈 연구위원도 기술 기반 고부가 제품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 혁신 기반 상품 개발에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확대하고, 정보통신(IT), 사업서비스, 의료, 콘텐츠 등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과 수출산업화를 꾀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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