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모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즉G20재무장관회의에서 은행 규제안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서너개 은행을 합치는 메가뱅크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금융위기로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됐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방안을 들고 나왔는데 대표적인 게 미국의 '볼커 룰(Volker Rule)'입니다.
백악관 경제회복위원장인 폴 볼커가 제시한 것으로 금융회사 자금의 투자 용도를 제한했습니다. 또 부채기준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인수합병이나 지분인수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은행이 고위험고수익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헤지펀드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현재로선 미국의 이같은 안이 G20회의를 통해 관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같은 안이 국내 은행간 합병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두번째 안인 금융회사 인수합병 금지안때문입니다.
현재 부채대비 10%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국내은행은 KB, 우리, 신한 등 세 곳 입니다. 따라서 볼커 안이 국제적인 합의를 이루고 국내에도 영향을 끼치면 이들 은행간 인수합병도 가로막힙니다. 금융당국이 내걸고 있는 메가뱅크안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겁니다. 금융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당장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아시다시피 6월 캐나다에 이어 11월 한국에서 g20회의가 열립니다. 의장국으로서 이같은 규제안을 조율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게 현재 한국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2009년 기준 한국GDP순위는 15위로 추정되는데 세계은행 순위에선 KB국민은행이 74위로 최고였습니다. 은행간 합병을 통해 금융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이미 금융경쟁력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은행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같은 안을 국제적으로 들고나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볼커룰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국 금융은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G20회의에서 미국 등 선진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한국이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내는가가 중요합니다. 만약 볼커룰이 국내에도 적용될 경우 은행간 인수합병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메가뱅크 탄생의 필요성을 따로 강조해 볼커룰 규제를 피한다면 당국과 시장의 예측대로 은행간 인수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뉴스토마토 황인푭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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