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신시장으로 판로를 다변화한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뚜렷한 성장을 거두지 못하면서, 최근 한류로 조명 받는 북미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미국 홀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소이 제품 이미지. 사진/아이소이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북미 시장 진출로 선회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사드 사태 논란 이후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전개했던 130여개 매장을 철수했다. 토니모리 역시 중국에서 설립한 해외 법인 2곳 중 심양 법인을 정리 중이며, 중국 내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키로 했다. 이외에도 클리오는 연내 중국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1곳을 제외하고 중국 1·2선 도시에 위치한 점포를 폐점시킬 예정이다.
이 같은 업체들의 방향 전환은 사드 보복을 넘을 만한 혁신 상품이 부재하고, 제품 카테고리 확장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선 다양한 K뷰티 모방 제품이 늘어난 데다, 한국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를 활용한 중국 로컬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K뷰티가 지녔던 독자적인 경쟁력이 상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에서 한국 OEM을 사용하고 있으며, 자체 중국 OEM 제품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부문 수석연구원은 "최근 K뷰티의 콘셉트를 차용한 여러 미투 제품으로 K뷰티는 장기적 발전을 고심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K뷰티가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적인 브랜드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주로 치중하던 스킨케어 카테고리를 넘어 컬러 코스메틱, 헤어 케어, 바디 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그 저변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체들은 중국 대신 북미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를 북미에서 운영 중인 H&B스토어 '세포라'에, '마몽드'를 미국 화장품 전문 유통 채널 '얼타' 매장서 판매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화장품 퍼스널케어 회사 '뉴에이본'을 인수해 북미 사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뉴에이본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약 70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는 방문판매 회사다. 아이소이 역시 미국 최대 유기농마켓인 홀푸드로부터 입점을 제안 받아 50여개 점포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북미 시장에서 K뷰티가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한두 개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소구하기보다 지역별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희정 수석연구원은 "지역별 니즈를 정확하게 읽고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예를 들어 국가별로 화이트닝, 피부결 개선 등 나라마다 선호 포인트가 다양한데, 최근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이슈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에선 관련 뷰티 제품을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5억3818만달러로 전년 대비 20.8% 증가하는 등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K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 동반해 K뷰티에 관심도 커지고 있어 북미 화장품 수출 규모는 당분간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