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만들고 상호 이해를 넓히는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를 강조했다.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의 평화(peace)학자 '요한 갈퉁'을 인용해 상대를 외면하고 현상유지만 하는 '소극적 평화'가 아닌 구조적 갈등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로 지금의 남북 분단구조를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다"면서 "그로 인해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치 문화는 경제 발전을 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면서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를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면서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돼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인 이날 문 대통령이 일종의 '오슬로 선언'과 같은 거대 담론을 제시해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1년 전) 북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고,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면서 "지금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노르웨이 왕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하랄 5세 국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