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지난달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후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주춤했던 취업자수 증가폭이 다시 20만명대로 올라서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만 우리 경제의 허리에 속하는 30~40대와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한 데다, 실업률이 4%대를 유지했다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67.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늘었다. 5월 기준으로 통계청이 198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취업자수가 2732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5만9000명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2017년까지 20만명대 이상을 유지해오던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해 2월 10만4000명을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만9000명으로 고용한파를 이어가다가 2월 26만3000명, 3월 25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4월 17만1000명으로 회복세가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25만9000명으로 증가폭이 다시 늘었다.
취업자수 증가세는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달 숙박음식업 취업자수는 6만명 증가했고, 마이너스 성장세에 머물렀던 도소매업 취업자수도 1000명 늘어 2017년 11월 이후 18개월만에 증가 전환했다. 또 공공 일자리를 중심으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2만4000명, 예술·스포츠·여가산업에서 4만7000명이 늘었다. 고용의 질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 상용직 비중은 68.6%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연령대별로는 15~29세 청년층의 고용 증가세가 눈에 띈다. 15~24세 취업자는 인수 감소 영향에 따라 2만8000명 줄었지만 25~29세 취업자는 7만4000명 늘었다. 이에 따라 청년층 고용은 20대 후반 취업자를 중심으로 9개월 연속 증가했다. 구직활동 확대와 취업자수 증가로 청년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각각 0.7%포인트, 0.9%포인트 상승했으며 실업률은 0.6%포인트 하락했다. 또 50대는 10만9000명, 60세 이상도 35만4000명 늘어 고용 회복에 큰 몫을 차지했다.
반면 30~40대와 제조업은 고용 부진의 흐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대와 40대 취업자수는 각각 7만3000명, 17만7000명 감소했다. 특히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부터 4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는데, 제조업 취업자수가 줄어든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 고용률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이 제조업 부진"이라며 "40대가 제조업 분야 취업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고용률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주요품목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달 7만3000명이 줄었다.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업률은 올해 들어 줄곧 4%를 유지하고 있는데, 외환위기 시기인 1999년 6월부터 12개월 동안 4.0%대 실업률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실업자수는 전년 대비 2만4000명 늘어난 11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최근 고용률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실업률도 올 2월 4.7%에서 지난달 4.0%로 감소한 만큼 전체적인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불어닥친 고용한파가 올해 하반기까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30~40대와 제조업 부문이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전병유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작년 고용이 많이 안좋았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20만명 중후반대 (취업자수 증가폭을) 유지할 것 같다"며 "30~40대와 제조업 고용이 약한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영기 한림대학교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당초 예상했던 20만명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했던 것보다는 고용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아직은 좀 조마조마한 상태다.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이 취약하고 30~40대 취업이 줄어,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