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타운의 샛별)④전영우 "창업? 되겠다 싶은 것 보다 좋아하는 것 선택하라"

정통문화 컨텐츠 '무아' 대표…B2B 주력 판매처에 '롤리박스'로 판로 개척

입력 : 2019-06-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될 것 같다 싶은 아이템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문화 컨텐츠 스타트업 '무아'를 운영하는 전영우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과정을 술술 풀어놨다.
 
사업을 하고 싶어 한림대에서 국제 경영을 전공한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스페인서 교환 학생을 하며 서양 청년의 자유로운 인생 진로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곳 학생들은 20대 중반인데도 취업 생각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면 일러스트레이터, 음악 연주 좋아하면 그대로 밴드에 합류했다.
 
이후 동국대 미대생인 여자친구 김아나씨와 그해 12월부터 동업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아이템, 전 대표는 경영 기획과 운영을 맡는 분업이었다. 둘 다 불교 신자라 처음에는 절을 타겟으로 한 전통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연을 40세트 만들어 팔았지만 한 달 동안 얻은 매출은 8만원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무실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학생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받은 300만원으로 3개월 짜리 원룸을 얻어 하루하루 날짜 '압박'을 받다가, 캠퍼스타운 정책의 일환으로 무료 공간을 얻게 된다. 대학 근처 지하 보도 공간에 있는 '충무창업큐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간 신청할 때 사업계획서도 엉망으로 쓰고, 사업성이 없다는 심사평까지 들었지만 열정을 높게 평가받은 거 같아요. 여친은 창업 휴학을 했으며, 저희가 심사위 앞 발표를 1주일 동안 계속 연습하고 당일에 한복을 입고 갔거든요."
 
이후에도 사업 운영은 힘들었다. 아직 시장을 충분히 뚫지 못한 2016년과 2017년에는 각종 공모전에서 상금을 수백만원 받아 직원 월급을 줬어야 했을 정도였다.
 
무아를 점차 성장시킨 주력 상품은 '마인드래치'다. '마인드'와 '스크래치 페이퍼'의 합성어로, 스크래치 페이퍼를 긁어 만다라 같은 불교 관련 그림이나 민화를 그리는 체험 제품이다. 무아는 고객에게 따라그릴 그림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물건의 의미까지 같이 동봉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성불도 이미지. 사진/무아 사이트
 
또 지난해 3월에는 '성불도'라는 보드게임을 신제품을 내놓아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유례한 성불도는 말을 움직여 천상계로 가는 게임인데, 연말연초 절에서 일부 사람만 즐겨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아는 게임의 한자를 다 한글로 바꾸고, 색깔을 다채롭게 입혔으며, '선업 카드'라는 벌칙 수행도 만드는 등 변화를 줬다.
 
지난해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자 두 연인은 이른바 '현자타임'이 왔다. 사업이 너무 힘들고 인생이 재미없자, 이들은 여름 한 달 동안 사업을 쉬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팝업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가족·친구·지인 30여명을 차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 대표는 바쁘게 사는 것이 재충전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태국에 있을 때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1주일에 한번씩 영상을 올리는 한편, 사업은 전혀 별개로 계속하고 있다.
 
"무아에서 계약 하나가 엎어져서 상심하더라도, 채널이 잘되면 사업에 대한 마인드도 원래대로 돌아와요. 둘 다 해야 하니깐 무아 일의 어떤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등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되고, 리스크 분산도 할 수 있더라고요."
 
다시 일을 즐겁게 하면서 회사는 착실히 성장 중이다. 지난달과 전달은 1개월 매출이 1000만원 초반으로 집계됐고 인력 3명이 상근 중이다. B2B와 B2B, B2C와 B2B를 연계하는 유연한 운영이 주효했다. 절에서 학교, 박물관, 복지관, 치매안심센터로 판매처를 늘려가고 있다.
 
"어느날 택배 배송지 주소에서 복지관이 늘어나면, 같은 제품도 복지관에 맞도록 제작 방향을 틀어보는 식입니다. 그리고 특정 기관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판매하면, 다른 기관에서 후기를 보고 연락이 와 판매처를 늘리기도 했어요."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생존, 꾸준한 월급 지급, 적당한 사업 확장 기회 잡기 등이다. 올해 말로 무아가 받는 지원 기간이 만료돼, 충무창업큐브가 아닌 곳에 사무실을 차려야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새로 개발 중인 아이템 스케일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아이들에게 1년 동안 1주일에 한번씩 '롤리박스'를 보내는 것이다. 전통문화·역사를 미술품 부자재로 재밌게 배우는 교육프로그램 키트를 보내주는 사업이다. 오는 7월에 아이 50명에게 시범적으로 보내고 데이터를 수집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한다.
 
그동안 고생해왔는데도 전 대표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주문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재밌어야 파고 내려가고, 조금 더 고민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계속 설명해주고 싶은 거거든요."
또다른 당부는 스타트업이 다른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라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뭔가를 해서 팔면 부자가 된다는 공식대로 가지 않는 거 같아요. 시장에 물건을 작게 던져보고 반응에 따라 방향을 바꾸면서 돈을 버는 게 스타트업의 묘미이자 특징인 거 같습니다."
 
'무아'의 김아나(오른쪽)·전영우 대표가 충무창업큐브에 있는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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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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