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지역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나 활력이 예전같지 않고, 대학은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학교 담장 밖을 넘기 힘들다. 그 사이에 낀 청년들은 열정을 가져 창업을 하고자 해도 어떻게 하는지도, 도움을 줄 곳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 캠퍼스타운은 여기서 출발한다. 대학과 지역이 융합해 청년들을 키우고 나아가 청년들의 힘과 문화로 지역과 대학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캠퍼스타운은 혁신창업 전진기지로 여기서 성장한 창업팀은 IPO(기업공개) 나아가 유니콘을 꿈꾼다. 캠퍼스타운에서 활동 중인 샛별들,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편집자주)
퓨퓨의 캐릭터 디자인. 사진/퓨퓨
“학교도 용산구에 있고,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이 용문시장인데 정작 용 캐릭터는 없더라고요. 무서운 용말고 귀여운 용을 우리가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서툴지만 엉뚱한게 저희 같자나요.”
국내 최대의 전자상가가 밀집한 용산전자상가의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의 거점센터 숙명크로스캠퍼스에서 퓨퓨의 공동대표인 김소이(24) 대표와 배리나(25) 대표를 만났다. 숙명여대 공예과 13학번 동기인 두 대표는 1학년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함께 다니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여느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회사 취업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두 대표는 2017년 여름 미대 건물에서 우연히 캠퍼스타운에서 진행한 용문시장 가치업 같이업 공모전을 만났다. 대단한 스펙까지는 아니고 ‘재미로 가볍게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이 공모전은 두 대표의 미래를 바꿨다.
용문시장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으로 두 대표는 그 전에도 몇 번 지나가보긴했지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는 디자인을 넘어 마케팅 등의 포괄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두 대표는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전통시장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했고, 캐릭터를 활용해 상품 용기나 앞치마, 로고 등의 통일성을 주는 리브랜딩을 제안해 우수상을 받았다.
두 대표는 공모전에서 이어진 창업 아이템 개발 활동을 거치며 아예 용산구와 용문시장의 용(龍)을 살린 캐릭터 ‘퓨퓨’를 만들어갔다. ‘용산에는 왜 용 캐릭터가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퓨퓨는 친근한 아기용으로 하늘을 잘 날지 못하고 팔 다리가 짧아 귀여운 분위기를 준다. 기존에 공룡 캐릭터나 신비롭고 무서운 용 캐릭터는 많았지만, 불도 무서워하고 뭘 해도 엉뚱한 퓨퓨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퓨퓨가 SNS와 온라인에 공개되자 곧바로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화제를 불러왔고, 전통시장 한마당축제, 드래곤 페스티벌,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등에서 퓨퓨를 활용해 만든 문구·팬시류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간 학교 안에서 홀로 진행하는 작업으로 실력을 키워온 두 대표는 퓨퓨로 자신감을 갖고 캐릭터 라이센싱을 거쳐 지난해 창업했다.
퓨퓨는 지역에서 사랑받는 것은 물론 대중을 상대로도 좋은 반응을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캐릭터 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부터 판로 확보, 상품군 구성, 마케팅 등 신경쓸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퓨퓨가 카카오프렌즈 같은 유명 캐릭터처럼 정식 스토어나 온라인 몰을 갖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벚꽃시즌, 신년, 새학기 등 시즌에 맞춰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두 대표도 창업 이후 1년여간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들과 복합적으로 다가오는 스트레스 등에 맞닥뜨리고 있다. 다행히 두 대표 모두 캐릭터와 디자인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가고 있다. 캐릭터는 두 대표와 비슷한 연령대에서 좋아하는 상품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즉각 반응이 오고 개선점도 바로 얘기 나누며 수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정은 두 대표의 가장 큰 무기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 만큼 일이 잘 안 풀리면 잠시 밖으로 나가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를 떨거나 아예 작업공간을 외부로 옮기기도 한다. 가능한 많이 샘플을 만들어 리스크를 줄이고 비교적 단가가 낮은 문구·팬시류부터 상품을 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배 대표가 캐릭터 디자인에 집중하면 김 대표가 상품기획에 집중하는 등으로 업무를 나누고 있다.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다른 두 대표의 성격도 의외의 화학작용을 낳고 있다. 배 대표가 개성이 강하고 마니아 취향이라면 김 대표는 보다 깔끔한 편이고 대중 취향과 잘 어울린다. 둘 다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김 대표가 카카오프렌즈의 어피치와 오버액션토끼를 좋아한다면, 배 대표는 쿠마몬과 스미코구라시를 좋아할 정도로 다르다.
배 대표는 “캐릭터는 대중성도 개성도 둘 다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가 다른 만큼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 앞으로 퓨퓨의 친구들도 내놓고 인형이나 피규어도 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퓨퓨를 좋아해주는 분들에게 많은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얻는다. 창업이 쉽진 않지만 도시재생과 캠퍼스타운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리나(좌), 김소이(우) 퓨퓨 공동대표가 용산전자상가 숙명크로스캠퍼스의 사무실에서 퓨퓨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