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다수 검사장급이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반대에 힘쓰던 이들이 검찰을 떠나게 될 경우 검찰 내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 여론이 약해질 수 있다.
지난 17일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청와대의 이례적인 발탁인사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윤 지검장이 사법연수원 18기인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 후배이기 때문에 적어도 19~22기 검사장급 이상이 인사 대상으로 퇴직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이들의 대거 퇴직은 검찰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급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불안해졌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 반대 기류가 강한데 검사장급들이 검찰을 떠나게 되면 이 기류가 확실히 약해질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될지는 총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고, 총장의 주관보다 검찰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무일 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입장을 밝힌데 이어 윤웅걸 전주지검장(21기)과 송인택 울산지검장(21기) 등 높은 기수의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해왔다. 이들은 윤 지검장의 선배로, 각각 “현재 검찰개혁 법안은 중국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표를 의식한 수사권 조정이 추진된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윤 지검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검찰 개혁으로 앞세운 문재인 정부를 대변할지, 검찰수장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지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또다른 검사는 “검찰 조직은 총장의 소유가 아니고 내부 구성원들로 이뤄진 것인데 총장 생각대로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외부 시각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아직 후보자 지명만 이뤄진 것이고 수사권 조정 문제와 연결시킬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검찰 외부에서도 이번 지명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식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 중견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대부분 검사들이 수사권 조정에 반발을 하고 있으니 이들의 동력을 잃게 하려는 청와대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며 “검찰 인사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인물을 임명했다는 것은 적폐수사를 완수하겠다는 뜻인데, 이로 인해 정국이 냉각되고 국회에서의 정치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윤석열 검사장는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로서 검찰주의자로 알려져 아마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수사권 문제)가 잘 조정됐는지도 궁금하다”고 밝혔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