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대전의 한 성폭력상담소의 지방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해 지난 4월 대전시에 사건을 이첩한 가운데,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부실하게 조사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17일 본지에서 입수한 대전시 감사위원회의 ‘성폭력상담소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성폭력상담소 소장의 전문 강사 활동에 따른 겸직 금지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한 것.
위원회는 “상담소장이 매년 54~70회 정도 강사로 활동, 겸직 금지의무 위반 판단은 성폭력 강의 활동이 상담소의 정상적인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면서 “여성가족부 질의와 고문변호사 3명으로부터 자문한 결과 상담소장의 외부기관 성폭력 예방활동 강의는 상담소 본연의 업무로 겸직 금지의무 위반 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문 강사로 겸직하는 동안 1억 원 이상의 외부강사비를 편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정 수입 조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강사비 현황을 요구했으나 해당 소장이 거부해 더 이상 조사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소장이 외부강사비로 사익을 취하면서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상담소장의 인건비를 이중으로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담소 상근직원 3명 인건비로 매년 9400만원~1억500만원을 집행했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 범위 안에서 적정하게 지급됐다”고 의혹의 쟁점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를 내놨다.
성인지정책담당관실에서 지난 4월 30일 여가부에 보낸 ‘성폭력피해상담소장 상근의무 및 겸직 관련 질의 문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거리가 보이기도 했다.
이 질의서에는 “우리 시의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근무시간 내에 외부 강의료를 받고 공공기관 ‘성희롱, 성폭력예방교육’ 강의를 연 50회(1~3시간) 참여, ‘사회복지시설 장의 상근의무 위반’ 및 영리업무 추구에 따른 겸직 논란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해당 소장이 보조금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근무시간 내에, 외부 강의료를 받고 공공기관 성희롱 등 강의를 다녔다는 부분을 담당 공무원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담소 고유의 업무’라고 하더라도, 이중지급이 확인됐었다는 걸 인정한 것.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달 2일부터 16일까지 10일 간 대전의 한 성폭력상담소에 대한 조사에 대한 결과보고서. 사진/뉴스토마토
또한, 근무상황표에 나타난 성희롱예방교육 내역 중 수십 건이 어느 기관에서 강의를 것인지도 지워져 있다. 성인지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저희도 가려져 있는 자료 밖에 없다”며 공공기관인지, 사설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강의를 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어서 부실조사의 가능성을 보탰다.
담당관실 관계자는 “근무시간 내에 외부강의료를 받은 부분을 확인을 했기 때문에 여가부에 질의를 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공공기관에서 강의를 하면 강의료를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강사료를 받는 부분을 확인했음에도 감사위원회에서는 외부강사료 현황을 해당 소장이 제출을 거부해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소장의 임금을 보조금으로 지급받는 시간에 다른 곳에서 강의료로 사익을 취한 것도 ‘이중 지급’에 해당되지만 해당 시간만큼 보조금을 환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바른미래당, 서구6)은 “성폭력상담소장이 외부 강의료를 받고 한 외부강의의 대부분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근무시간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전문강사 활동이 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양성평등진흥원 소속 강사들이 있음에도 성폭력상담소의 소장이나 종사자가 전문 강사로서 외부 강의를 나가고 고액의 강의료를 개별 수령하는 게 무제한 허용된다면 도대체 성폭력상담소 본연의 ‘상담업무’와 ‘피해자 지원’은 누가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감사위원회는 또, 상근직원 3명이 부재시 상담소 운영을 소홀히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상근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만 상담소에 근무한 일수가 3년 간 13일”이라며 “중구에서 같은 내용에 대해 지적해 2018년 4월 13일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후에는 문제없이 운영됐다”고 서술했다.
상담소장의 자택에서 2016년 2월부터 9월까지 10회 가량을 운영했던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에서 강사비를 편취했다는 부분에 대해 “2016년 프로그램 강사비로 A씨에게 10개월분 175만원을 지급한 것은 적정한 것”이라며, 프로그램 운영을 목적으로 노트북과 사무용가구를 구입해 사적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부 사용했으며, 기타 개인 사용여부는 확인이 어렵고, 현재는 상담소에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성폭력피해자 8명이 참석했다. 상담소에 내부에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지만 소장의 개인 자택에서 내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 상담소 측은 2015년 11월에 운영위원회를 열고 장소가 협소하다며 소장의 주택을 3년 간 무상 임대 사용하는데 의결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의3과 제34조의4의 규정에 의해 상담시설은 보험가입과 자체 안전점검, 지자체 안전점검, 한국시설안전공단 소규모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하게 돼 있다. 보험가입과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내부 프로그램은 시설에서 하게 돼 있는 안전한 장소에서 진행해야 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함에도, 이번 시 감사위원회의 조사에서는 적발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비지정후원금으로 자원활동가 명절선물 구입비 48만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과, 외부강의를 나가면서 28회를 출장명령 없이 업무수행으로 복무규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달 28일 중구청을 통해 회수와 주의처분을 내린 사항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겸직 금지의무 위반과 외부강사료 수입처리, 강사료 편취부분 등에 대해서는 중부서와 대전지검에서 수사결과가 통보될 시 관련규정에 의거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