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시기가 임박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동결과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정 과정이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지난 2년간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률 부담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상 최저임금을 동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과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감안한다면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전병유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 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은 국가 전략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연구원에서 오랫동안 노동을 연구하고,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전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놓고 '국가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과 같은 노사정 협상 방식보다 정부나 국회가 전체 경제사회적 조건과 정책방향을 감안해 추진하고, 결과에 책임진다면 노사 갈등을 줄일뿐 아니라 보다 나은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최저임금이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격이 인상되면 수량은 줄어든다는 논리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가격이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는 다른 요인들이 많이 작용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분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효과를 준 부분도 있겠지만 고용부진이 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량적 방법에 의한 추정도 다양한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며 많은 요인들을 통제한 것이다.
다만 경기가 정점에서 위축되기 시작한 시점에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 부정적인 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난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고 본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최저임금만으로 대응하기보다 다른 정책과의 조합이 더 필요하다. 일단 정부가 경기변동에 대한 고려를 미처 못 했다는 점은 문제였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안에서 분명한 개선이 있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 비중이 지난 1~2년 전까지만 해도 23%였는데 지금은 19%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기구(OECD) 1등 수준에서 평균 수준까지 떨어진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규제이고, 복지 정책은 직접적 현금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인 만큼 규제와 안전망 정책을 잘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 복지 정책보다 최저임금이 너무 앞서면 불균형이 생긴다. 이를 잘 조정하는 게 정부의 능력이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하려고 했으나 국회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개편안도 지금 방식과 유사하다고 본다. 한번 할 것을 두 번 하는 것 외에는 비슷하다고 본다. 다만 조금 더 협상을 길게 하고 논의를 확장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최저임금위원회 예산과 인력이 너무 적다. 제대로 실태 파악이 안되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 계속 조사하고, 이해관계 당사자 등과 만나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매해 6~7월에만 몰아서 하니 갈등봉합이 더 어려운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더 힘을 실어줘 1년 내내 최저임금에 대해 토론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마다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최저임금 결정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3~5% 내외를 전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단순히 노동시장 이슈만이 아닌 국가 전략적인 정책 수단이다. 최저임금은 국가 경제 전략과 관련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커서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정 협상 방식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해마다 결정은 사실상 공익위원이 한다. 즉 정부가 결정을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책임질 일이 생기면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예 정치·사회·경제적 여건을 감안해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정책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임금에 따라 국가 정책 프로그램만 40~50개가 작동하고, 국가 재정, 기업까지 영향을 끼치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 차원 결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자리 안정자금제도는 계속 유지해야 하나.
일자리안정자금은 '관료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괜찮은 제도였다. 이것조차 없었으면 영세 자영업체 어려움 더 컸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시적 사업으로 할 게 아니라 제도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적어도 정권 차원에서 5년 비전이 있었다면 5년 계획을 짰어야 했다. 그래야 자영업자도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대비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올해만 지원받고 내년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면 사업 계획에 반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제도로서 효과 떨어진다.
서민대상의 노동시장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민 맞춤형 노동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여전히 저임금노동 비중이 높은 것은 빈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높은 자영업 비율과 이들의 빈곤화 경향을 볼 때 자영업의 생존권과 자산 기반 확충 정책이 패키지로 가야한다. 현재 노동시장 정책은 상당히 많다. 복지정책이 300개가 넘고, 노동정책은 70~100개 가까이 된다. 문제는 최종 수혜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각지대다. 이는 정책 프로그램 수에 비해 규모나 전달방식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라도 제대로 키우고, 정보부족과 시간부족에 시달리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정책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열린 경사노위 운영위원회 산하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병유 위원장(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자 문제 등 다양한 갈등 이슈들이 많은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나라가 노동영역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큰 흐름에서 뒤쳐져 있다. 인터넷이 들어왔을 때 정보화 사회 전환은 매우 빨랐는데 현재는 한국사회 전반으로 침체 국면에 있다. 성공의 저주라고 해야 할까. 너무 잘나갔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쪽에서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 실제로 기업 뿐 아니라 노동계, 일반 시민들 모두 플랫폼 노동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현장을 보니 변화들이 제법 일어나고 있다. 공유경제 문제 또한 전통적 노사관계 틀로만 설명하기 힘들다. 전통 모델과 새로운 모델과의 충돌 조정과 타협을 어떻게 해결 할지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합의 모델이다. 일단 복잡한 다단구조에서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하려고 한다. 디지털플랫폼은 노동권 보장부터 사회적 안전망 확충, 불공정 거래, 불규칙한 소득 보장, 산업안전과 건강 등 이슈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탄력근로제 국회 입법 등 현안에 막혀 경사노위 전체적으로 침체 상황인데, 우리 위원회는 순항 중이다. 지난 1년간 현장 학습을 했고 이를 기초로 2기에서 다룰 의제들을 준비 중에 있다.
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