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피해액만 1000억원대에 이르며 1만명의 소액주주들을 울린 '연쇄 기업사냥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28일 코스닥 상장사
지와이커머스(111820)를 무자본 인수 후 회사자금 500억원을 빼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한 기업사냥 조직을 적발해 실질사주 이모씨 등 경영진 4명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등 전문 업체인 지와이커머스는 지난 2006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직원 60명으로 구성됐다. 2016년 매출 276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2위를 다퉜으나, 현재 상장폐지가 의결된 상태다.
검찰은 지와이커머스 소액주주 40명이 1월 제기한 고소를 검토한 결과 심각한 수준의 '조직적 경제범죄'로 판단하고 압수수색·계좌추적·공시·회계자료 분석·관계인 조사 등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다.
실질사주인 이씨는 2017년 4월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 인수한 뒤 처남이자 사장인 A씨를 비롯해 대표이사 B씨·부사장 C씨·이사이자 조카인 D씨·이사 E씨 등 친인척·친지들에게 회사를 장악하게 하고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 회사 보유자금 약 500억원을 페이퍼컴퍼니에 대여를 가장하는 등 방법으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2011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I사 등을 인수해 수백억원대 회사자금을 배돌려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들은 출소 후 L사·K사를 순차 인수해 그곳에서 빼낸 자금을 기반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했고 그로 인해 L사·K사는 부실화돼 상장폐지 등 상태가 됐다. 이들은 최근 지와이커머스에서 자금을 빼내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H사를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은 인수·합병(M&A)시장에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고이율의 단기사채를 동원, 경영권을 장악하고 경영은 도외시한 채 자금만 빼낸 뒤 곧바로 다음 타깃을 노리는 전형적인 '묻지마식 기업사냥' 양태를 보였다. 이씨 등은 스스로 수억 원대 연봉을 책정해 중복 지급받거나 각자 벤츠마이바흐·BMW 등 최고급 차량을 회사명의로 리스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타깃이 된 회사는 과다한 부채·자본잠식 등으로 황폐화돼 상장폐지나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주식은 거래정지로 휴지조각이 됐다. L사와 K사를 포함해 전체 피해액은 1000억원에 이르고 소액주주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M&A 업계 등에서는 속칭 개미라 불리는 소액주주들의 대량 희생·피해를 강요해왔다는 의미로 이씨를 '개미도살자'로 지칭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량 피해야기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단하고, 횡령금 사용처 등을 철저히 규명해 환수가능한 금액을 최대한 환수·보전하는 한편, 이들이 부실화시킨 L사·K사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