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원래 커피를 못 마셔서 차를 즐기던 와중에, 화려한 꽃차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업을 하게 됐죠."
꽃차를 파는 스타트업 '꽃물'의 김보민 대표는 단국대 법학과 출신이다. 꽃을 좋아하고 창업에 흥미가 있던 김 대표는 재학 때 창업동아리를 했다. 꽃으로 교육용 키트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시키는 사업이었다.
주위 사람이 다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자 창업 꿈을 접고 로펌 직원으로 취직한 적도 있지만, 흥미를 못 느껴 1년 만에 나와버렸다.
"정말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시키는 일은 당연히 다 할 수 있지만, 재미와 즐거움이 없으면 더 이상의 것은 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후 동아리 때의 경험을 살려 초등학생에게 꽃 주제 체험학습을 강의했다. 이 때부터 김 대표는 식용꽃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식용꽃을 강의 범위에 넣어, 아이들에게 식용꽃을 이용한 티백을 만들게 했다. 식용꽃을 이용한 판매를 꿈꾸기까지 하다가 한 꽃차 명인을 알게 됐다. 경북 영천에 있는 명인 집에서 며칠 동안 숙박하며 꽃차를 배우고 나서 사업 결심을 했다.
꽃차 모습. 사진/꽃물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7년 7월 꽃물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하고 9월에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11월에는 이마트 스타상품에 선정돼 마트나 백화점에 나가서 판매 기회를 잡아 소비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 캠퍼스타운과 인연을 맺었다. 꽃을 농장에서 직접 기르다보니, 김 대표는 늘 시간에 쫓겼다. 농장을 친척 땅이 있는 충주에서 경기 고양으로 옮겨야 했고, 제조공장도 집이 있는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세울 정도였다.
캠퍼스타운은 김 대표에게 시간뿐 아니라 기회도 안겨줬다. 한성대 상상큐브에 입주한지 3개월 만에 캠퍼스타운 공모전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뽑혀 마을 카페를 위탁 운영하게 됐다. 꽃차를 팔고 고객의 피드백을 얻을 기회를 잡은 것이다. 백화점 판매가 수수료도 비싸고 제약이 많아 고민하던 차였다. 대학 창업지원단으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국가지원사업을 소개받은 것도 소득이었다.
꽃물의 차별성은 복합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커피숍이나 찻집의 차는 잎·뿌리 위주이고, 꽃잎을 다루더라도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꽃물은 12가지 국내산 꽃잎과, 꽃잎을 조합한 상품을 다룬다. 게다가 다른 꽃차 업체와는 달리 대표가 직접 길러 연구해보기 때문에 식용에 적합한 상품만 있다.
"꽃을 길러보지 않으면 어떻게 차를 만들고 감도 못 잡을 거에요. 현재 식용이 불가능한 꽃으로 차를 만들어 파는 업체도 있어요. 하지만 꽃물은 먹을 수 있는 꽃으로만 건강한 차를 만듭니다. 식용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 나와있습니다."
꽃물은 블렌딩 티백이 일종의 주력 상품이다. 꽃과 약초, 혹은 꽃과 과일을 섞는 식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있으면 '코지 화이트'라는 차가 팔린다.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모과에다가 박하, 금은화와 섞어서 내놓는 식이다. 또 다이어트 목적 등으로 여성이 많이 마시는 '디톡스 워터'도 만든다. 레몬·오렌지·애플민트·맨드라미를 섞거나 오디·사과·로즈마리·마리골드를 섞기도 한다.
이번달부터는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선다. 온라인 사이트의 대대적인 정비를 시작으로, '꽃물'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열어 독자적인 판매처를 만들고 체험단을 구성해 후기도 올릴 생각이다. 이후에는 가맹도 받을 예정이다. 이미 독특한 디저트를 만들 요리연구가, 유통 담당자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카페를 열어 시험해본 후 가맹을 받을 예정이다.
차 시장이 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등 성장하는 점을 김 대표는 주목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생각하다보니 차 찾는 경우가 점점 많아져 꽃물에 전화까지 온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꽃차 대중화의 선두주가 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예비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조언했다. "돈을 많이 버는 목표보다는 즐거워서 재밌어서 해야지 오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올 것입니다."
김보민 '꽃물' 대표가 한성대 상상큐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