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만남은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첫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북미 정상은 남북 정상이 그랬던 것처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 악수한 뒤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곳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의 집' 앞에서 두 정상을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부터 여기 오는 것을 매우 고대해 왔고, 이렇게 군사분계선을 넘는 등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며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좋은 앞날을 개척하는 남다른 용단"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남북미 정상은 자유의 집으로 이동했다. 자유의 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배석해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민망했을 것이다. 저를 이렇게 직접 만나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퇴임 뒤인 1994년 북한을 방문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났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이 성사되기까지 1박2일 기간 동안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숨가쁜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 29일 전용기를 타고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오후 8시부터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했고, 다음날인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한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11시에는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문 대통령과 DMZ(비무장지대) 내부에 있는 오울렛 초소를 방문해 북측 지역을 바라봤다. 한미 정상이 동시에 DMZ 땅을 밟고 오울렛 초소에 함께 오른 것 역시 처음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용점퍼가 아닌 일반 양복 수트 차림으로 판문점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판문점 일정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예정된 상태여서 양복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