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불법 천막이 잠시 이동한 광화문광장에 대형 화분 80개가 놓였다. 서울시는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 이순신장군 동상 주변 160m 구간에 화분을 3m 간격으로 배치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불법천막을 잠시 청계광장 쪽으로 옮겼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광화문 광장 주변에 기습으로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지난 5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다 숨진 5명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결승전 당시 당초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와 축구협회는 안전 문제 등으로 장소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 광화문 광장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 응원의 성지로, 간만에 시민 모두가 어우러져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광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불발된 것이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행정력이 낭비되고 세금은 소모적으로 쓰인다. 서울시가 지난 25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공화당의 천막을 강제 철거하는 데는 2억원이 들었다. 철거가 무색하게 같은 날 천막이 재설치 됐다. 이번에 서울시가 설치한 대형화분도 개당 수백여 만원이다. 시민들도 천막 사태 장기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62.7%가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법 천막이므로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형평성을 고려해 공화당의 주장이 펼쳐지도록 그대로 둬야 한다'는 26.2%로 나타났다.
공화당이 세월호 유가족들 천막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더라도 서울시 허가를 받지 않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천막을 설치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서울시에 세월호 유가족 지원을 공식 요청했으며, 추모에 대한 정부와 국민 등의 광범위한 합의가 있었다. 반면, 공화당 천막은 어떠한 합의도 없었으며, 설치된 기간 동안 시민들의 민원 접수는 수백여 건에 달했다. 지속적인 노출로 존재감 부각과 보수세력 결집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보수의 외연 확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화당의 천막 자진 철거가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불가하다면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등 사후적 대처보다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홍연 사회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