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올 하반기부터 서울 서부권역 유통업계의 지형이 크게 변한다. AK플라자 구로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 사업을 접는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 등은 움직이는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내년 말 여의도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현대백화점도 후발주자로 경쟁에 가세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외관. 사진/롯데쇼핑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 서울 서부 상권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가의 혈투가 시작될 전망이다.
서울 서부권에 위치한 대형 점포의 잇단 사업 중단은 대규모 수요 이동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AK플라자 구로본점은 내달 폐점한다. 무려 27년 만에 내린 결정으로 여파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AK플라자 구로본점의 매출은 약 130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매출이 인근 상권으로 이동할 경우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화그룹이 여의도에서 운영한 '갤러리아면세점'도 오는 9월 사업을 중단한다. 2015년 첫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내린 결정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 수요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서부권 유통 지형 변화에 따른 수혜를 얻고자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AK플라자 폐점에 이어, 영등포역 민자역사 사업권자 재선정을 계기로 하반기에 리뉴얼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지하철과 가까운 데다 대중적인 콘셉트로 사업을 운영해온 만큼 지역 친화적인 색채를 부각하며, 최근 유행하는 상품구성(MD)를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등포점은 1991년에 지어져서 지역이랑 같이 발전한 점포"라며 "지역 친화적인 매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바탕으로 전문 매장을 확대하는 리뉴얼로 맞선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1984년에 개점한 B관, 2009년 리뉴얼 오픈한 A관, 명품관 등 세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명품관을 별도로 마련해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라인업이 두터운 게 강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신세계 강남점과 같이 장르별 전문성을 높이는 리뉴얼을 통해 MD의 세밀한 깊이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2016년 신세계 강남점은 추가적인 증축과 리뉴얼을 통해 슈즈, 키즈, 스포츠 등의 전문관 개념을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영등포점은 올해 하반기 중에 리뉴얼 공사가 들어가서 연내에 오픈을 한다"라며 "상품의 깊이를 더해 기존에 동업계와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파크원 건설 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한편, 내년 말 선보이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역시 서부 상권을 이끌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0년 하반기에 여의도에 위치한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서 초대형 점포를 개점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지하7층~지상9층, 영업면적 8만9100만㎡ 규모로, 랜드마크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영업면적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규모다. 무엇보다 '파크원'이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페어몬트 호텔' 등의 배후 수요를 갖춰 집객력도 기대된다. 더욱이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등을 계기로 면세점까지 함께 운영할 경우 복합매장으로서 시너지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배후 상권이 기본적으로 파크원과 여의도 주민 등이 있지만 대교를 건너면 마포구와 동작구 상권도 연결이 돼 잠재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