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 금융감독원이 SC제일은행의 회계오류 사건에 대해 경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SC제일은행의 1300억원대 회계오류에 대해 "기술적 문제로 본다"며 당시 실무자였던 제니스 리 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견책' 징계를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상 오류일 뿐 손익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2008년 말 결산 때 잡힐 이익이 다음 해에 잡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회계오류 사건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의 지적으로 불거졌다. 2008년 4분기 순익을 411억원 적자에서 576억원 흑자로, 작년 1분기 순이익은 2111억원 흑자에서 1124억원 흑자로 정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몸통은 두고 깃털만 처벌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리처드 힐 현 은행장은 징계하지 않고 실무자에 불과한 제니스 리 현직 CFO만 경징계한데 대한 비판이다.
은행 임원의 경우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해당 임원은 임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 작년 9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 재직 당시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게 그 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처리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며 "그래서 그런지 징계를 받은 제니스 리 부행장도 불만이 많은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리처드 힐 은행장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소통으로 오해와 비판을 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두해 영업한 은행도 아닌데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놓고 어떻게 '소통'을 통해 넘어가겠다는 것일까.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더구나 SC제일은행은 업계에서 언론과 가장 소통이 안되는 은행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어떻게 '소통'한다는 것인지 자못 궁금증이 깊어진다.
만약 SC제일은행이 상장된 은행이었다면 '허위 회계'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을 것이다.
이번 경징계는 '나쁜 선례'가 돼 다른 은행과 금융 신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자도 알고, 은행들도 알고, 독자도 안다. 시장은 아는데 금감원만 모른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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