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백서가 공개된 지난달 18일 이후, 전 세계 금융당국과 규제기관들이 기존 금융질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페이스북이 23억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들을 바탕으로 글로벌 결제수단과 금융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인 만큼, 철저한 검증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 코인데스크와 더버지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튿날인 17일 각각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청문회를 예정하고 있다. 앞서 상원 금융위는 페이스북에 공개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관련, 이용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방안 공개를 요청했다. 맥신 워터스 금융서비스위원장을 비롯한 하원의원들도 의회와 규제기관의 구체적인 검토가 있기 전까지 리브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열린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워터스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발표했지만, 운영 방법과 보안 문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과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문제들을 감안할 때 철저한 검토와 규제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암호화폐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20억 이상의 페이스북 이용자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프라이버시와 보안, 통화정책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위험성을 가진 리브라가 미국 달러와 경쟁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이 암호화폐 규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한 것도 리브라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3일 프랑수아 빌루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인용, G7이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다룰 TF를 조직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빌루아 총재는 "TF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리브라와 같은 암호화폐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며 "자금세탁방지부터 소비자보호까지 광범위한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동안 주춤했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일 블록체인 전문매체 디스립트는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연합이 CBDC 형태로 유로화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유럽연합에서 리브라가 유로화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최근 보고서에서 페이스북 리브라를 언급하며 "중앙은행의 법정화폐 통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에서 CBDC 발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