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LG·카카오, 암호화폐 지갑 출시…시장선점 '박차'

블록체인 생태계 핵심 인프라로 부상…"페북 '리브라' 같은 비전제시 빠져" 지적도

입력 : 2019-07-10 오후 5:31:4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와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암호화폐 지갑 출시를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 데 이어 LG전자와 카카오 역시 암호화폐 지갑 출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이달 중으로 클레이튼 메인넷과 연동된 암호화폐 지갑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라운드X는 전날 클레이튼 메인넷 '사이프러스'의 론칭 이벤트를 열고 파트너사들의 서비스 시연회와 함께 신규 파트너 8개사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클레이튼 지갑 출시와 관련, "그동안 국내와 해외 지갑업체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왔다"며 "7월 중으로 클레이튼 토큰 클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지갑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스마트폰에 탑재할 암호화폐 지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클레이큰 운영 파트너로 그라운드X의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특허청에 '씽큐 웰렛'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지불 소프트웨어, 암호화폐를 위한 디지털 월렛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LG전자가 삼성 갤럭시S10과 같이 차기 전략 스마트폰에 씽큐 웰렛을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클레이튼 메인넷 론칭 이벤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그라운드X
 
대기업들이 암호화폐 지갑에 주목하는 데는 향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서 지갑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기존 메인넷 경쟁을 거쳐 실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선보이면 암호화폐 지갑은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선 지갑 출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삼성 블록체인 월렛'을 통해 서비스하는 디앱(DApp) 숫자를 늘려가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지난 3월 출시 당시 크립토키티와 코인덕, 코스미, 엔진웰렛의 4개 디앱 서비스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시럽테이블, 미세톡톡, 베리픽, 엑스월렛, 더 헌터스, 마이크립토히어로즈 총 6개 디앱을 새롭게 추가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암호화폐 지갑은 은행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탁과 입출금, 송금,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삼성의 경우, 갤럭시라는 하드웨어에 삼성페이가 기대 이상의 금융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어 암호화폐 지갑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17억명에 달한다"며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이들을 겨냥해 포용적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표 대표는 "페이스북 역시 리브라용 지갑 개발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전체 산업의 비전을 가져야 발전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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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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