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한일 간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무역 분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이 '미국 중재'를 통한 해법 모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연이은 대미 외교전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간에서는 기업총수들이 일본을 찾아 중재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린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도록 일본 지도자와 한국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김 차장이 정치적 보복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함을 적극 알린다. 다음주 중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아 이번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전날 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한 한일관계에 대한 우리 측 우려 등을 전달했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발빠른 움직임이 감진된다. 먼저 정부는 민·관 상시 협력체계를 마련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한편 일본 수출규제 3대품목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추경) 3000억원을 반영키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긴급 추진해야 할 사업을 중심으로 최대 30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추경심사 과정에서 반영키로 했다"며 "소재 부품 장비 개발 및 상용화에 연 1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 관련 정책 역시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문제해결의 총력을 다하기 위해 대일특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일특사 파견과 관련해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외교적인 노력이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민간기업 총수들도 일본 수출규제 사태 해법을 풀기위해 일본에 건너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일본을 찾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일 출국해 다양한 인맥 등을 활용해 해법을 마련하는데 손을 보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구매 담당 임직원들은 사태 발생 직후부터 일본과 대만 등 현지에 급파돼 재고 파악과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섰다. 영업 부서도 레터 발송 등 고객사를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