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우리나라 음악계의 다양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다"(윤종신) "이 프로그램이 한국 음악 산업에서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린킨파크 조한)
지난 2개월 동안 이어져 온 음악 방송 '슈퍼밴드'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인 밴드 음악으로 오디션을 한다고 할 때부터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엇갈렸다.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밴드 음악을 내세운다고 해도 결국 록으로만 장르가 한정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은 우려를 일부 불식시켰다. 대체로 록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악기와 연주법들이 무대 위로 올려졌다. 첼로와 피아노, 퍼커션,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리고 자연 환경에서 채집하는 소리들과 게임기 콘트롤러에 삽입된 음원 소스까지…. 참가자들은 콜드 플레이부터 에드 시런, 시규어로스 등의 뮤지션들을 자신들의 음악 색에 맞춰 편곡하거나 2주도 안되는 기간 동안 신곡을 써냈다. 그곳은 마치 강도 높게 트레이닝을 시켜대는 '음악 학교'를 방불케 했다.
'주류' 문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던 음악들을 무대 위로 끄집어내고, 다양한 소리가 뒤섞이는 과정에 충실하겠다는 제작진의 목적의식은 어느정도 달성된 듯 하다. 첫 오디션 때부터 매 라운드 심사를 맡아온 프로듀서들(윤종신, 윤상, 김종완, 조 한, 이수현)은 기존 음악 방송들과 노선이 달랐던 '슈퍼밴드'가 "국내 밴드 음악의 부흥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12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윤종신은 "전례가 없던 이 오디션에 열정적, 창의적으로 임한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해 왔지만, 참가 팀의 노래에 감동해 내 인생관까지 얘기하는 순간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슈퍼밴드'를 통해 우리나라 음악계의 다양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윤상 역시 "참가자들은 상상 이상의 기량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이들이 보여 준 멋진 무대들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상상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이 방송이 대중적, 상업적으로 멤버들이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길, 그로 인해 국내 밴드 음악씬에 유례 없는 부흥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오랫동안 밴드로 활동해 온 프로듀서들이 보기에도 방송은 새 미래를 향한 '탈출구'다. 세계적인 밴드 린킨파크의 멤버 조한은 "K-POP이 주류인 한국에서도, 분명히 다른 종류의 다이내믹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며 "이 프로그램은 한국 음악 산업에서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밴드 넬의 김종완은 "탈락자가 나오는 순간은 저 역시 정말 속상했다"며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그런 순간들은 끊임없이 온다. 그래서 '어찌 보면 현실과도 굉장히 닮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슈퍼밴드' 이전에는 노래와 댄스, 퍼포먼스에만 집중되던 방송 만이 있었다. 보컬과 연주, 작곡 등의 분야가 부각되는 방송들은 '재미'와 '시청률'이라는 논리로 거세 당하기 일쑤였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유튜브로 한국의 19세 기타 천재 소년들을 구경하고, 국내 TV 채널을 통해 아이슬란드의 시규어로스 희망어가 울려퍼지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음악 방송이 그간 몇이나 됐나. 또 헤비메탈을 바흐 같은 고전음악과 결합시키고, 참가자들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울고 웃는 음악 방송은 또 얼마나 됐던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국내 대중음악계의 다양성'을 위한 방송의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된 듯 보인다. 이날 최종 '슈퍼밴드'로 선정된 팀은 향후 해외 투어 기회도 얻게 된다. 이제는 한국의 비틀스, 롤링스톤스가 아예 막연한 꿈 만은 아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슈퍼밴드 파이널 참가팀. 사진/JTBC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