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을 5세대(5G) 통신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니 소비자들은 LTE(롱텀에볼루션)폰에는 관심이 없어요. 물량이 남으면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한 휴대폰 유통망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지난 4월3일 5G 상용화 이후 자금과 광고·홍보 등 마케팅 화력을 5G에 쏟아 붓고 있다. 5G 상용화 초반 가입자 쟁탈전에서 경쟁사에게 밀릴 수 없다는 각오로 5G에 집중하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자연히 5G 단말기로 몰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5G 스마트폰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규모는 LTE 스마트폰에 비해 2~3배 수준이다. 갤럭시S10 5G와 LG V50 씽큐에 70~80만원의 판매장려금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장려금은 이동통신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휴대폰 가입자를 유치할 때마다 이통사로부터 받는 돈이다. 이통사들은 공시지원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판매장려금을 늘리며 유통망의 판매를 유도한다. 판매장려금의 일부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LTE 스마트폰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 규모는 5G보다 현저히 적다. 갤럭시S10의 경우 최근 약 30만원의 판매장려금이 지급됐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도매상은 이통사로부터 스마트폰 단말기를 먼저 들여와 판매한 후 단말기 대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단말기를 특정 기간 동안 모두 판매하지 못하면 남은 물량의 가격에 이자를 더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령 1000만원치의 물량을 가져와 정해진 기간동안 800만원어치의 물건을 팔고 200만원의 물량이 남았다면 200만원에 이자를 더해 이통사에게 내야하는 구조다. 이자가 발생하는 기간은 SK텔레콤 1달, KT 2달, LG유플러스 90일 등으로 각 사마다 다르다. 이는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도매상으로부터 물량을 받아와 이 기간 동안 모두 팔지 못하면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통사들이 5G 스마트폰에만 판매장려금과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LTE 단말기를 해당 기간 내에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이자까지 내면서 단말기를 받아오는데 이통사들이 지나치게 5G 편향적 마케팅을 펼치며 LTE 스마트폰 물량은 소화가 안 되고 있다"며 "한 달에 100만원의 수익도 가져가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통사들이 판매장려금을 많이 지급하면서 소비자들은 5G 스마트폰을 출고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대부분 7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또 아직 5G 기지국이 구축되고 있어 제대로 5G의 빠른 속도를 체감하기도 어렵다. 5G 스마트폰을 구매했지만 'LTE 우선모드'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